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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정병묵 기자] 서울의 마지막 택지지구인 강서구 마곡지구 아파트값 상승세가 예사롭지 않다. 최근 매수세가 따라붙으면서 호가(집주인이 부르는 가격)는 물론이고 실거래가(전용면적 85㎡ 기준)가 10억원을 웃도는 이른바 ‘10억 클럽’에 가입하는 아파트 단지가 잇따르고 있다. 마곡발 집값 상승을 동력으로 서울에서 외진 동네였던 강서구 전체 부동산 시장에도 활기가 돌고 있다.
치솟는 마곡 집값…한달 새 호가 8000만원 ‘껑충’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마곡동 일대 대장주 격인 ‘마곡힐스테이트’ 아파트(전용 85㎡)는 지난 6월 11억2000만원에 팔렸다. 지난 2월 10억원을 최초 돌파한 이후 넉달 새 1억2000만원 뛴 것이다. 이 단지의 현재 호가는 12억원에 달한다. 마곡지구 내 마곡 엠밸리 12단지와 14단지(전용 85㎡)도 지난달 각각 매매값이 10억원을 찍었다. 이밖에 마곡 엠밸리 6단지, 7단지와 13단지(힐스테이트 마스터) 등도 전용 85㎡가 9억9000만원 가량으로 10억 클럽 가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들 단지의 분양가는 4억9000만원에서 5억4000만원 수준이었는데 분양한 지 6년여 만에 가격이 곱절로 오른 셈이다.
마곡지구가 들어선 마곡동 전체 아파트값은 연초 대비 두자릿수 이상 상승률을 기록 중이다. 3.3㎡당 시세가 2월 2254만원에서 이달 2515만원으로 11.57%나 뛰었다. 같은 기간 서울 전체 아파트 3.3㎡당 매매가 상승률(7.51%)을 훌쩍 웃도는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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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매매시장에서 ‘10억원’은 고가아파트의 상징과도 같은 액수다. 1세대 1주택의 양도세 비과세 가격 기준은 9억원으로, 매도 금액이 9억원을 넘으면 초과분에 대해서는 세금을 내야 한다. 강남권 외에는 전용 85㎡ 기준으로 매매값이 10억원을 넘는 아파트가 많지 않지만 작년부터 올해 초까지 마포·성동·동작구 등 강남과 가까우면서도 뉴타운 등 재개발 호재를 안고 있는 지역에선 10억원짜리 아파트가 속속 등장하기 시작했다. 마곡동 A공인 관계자는 “최근 강남쪽 아파트 매물이 귀해지면서 마곡까지 투자 수요가 몰리고 있다”며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가 뜸한 와중에도 이곳은 아직 저평가받았다는 생각하는 수요가 적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공항철도역 9월 개통…강서구 전체 집값 상승 견인
마곡지구의 부상은 강서구 전체의 집값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강서구 전체 아파트값(3.3㎡당)은 2월 1729만원에서 7월 1851만원으로 7.06% 뛰었다. 마곡동 외에도 공항(15.01%)·염창(8.64%)·내발산(8.61%)·가양(5.33%)·방화동(5.00%) 등도 많이 올랐다. 지난 4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시행 등 부동산 규제로 서울 아파트 거래가 확 줄어든 이후에도 이 지역 매매는 활발히 이뤄졌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4월부터 7월까지 석달간 강서구 아파트 매매거래 건수는 1487건으로 같은 기간 서울 전체 자치구 평균치(875건)를 훌쩍 뛰어넘었다. 이 기간 동안 강서구보다 많이 거래가 이뤄진 곳은 노원구와 성북구 등 두 군데뿐이다.
마곡지구와 바로 인접한 지하철 5호선 송정역세권인 ‘공항동부센트레빌’ 전용 85㎡는 지난 6월 5억9900만원에 팔렸고 7월 들어 호가가 6억원 이상으로 뛰었다. 방화동 ‘대림e편한세상’ 전용 85㎡는 지난달 4억5000만원에 팔렸는데 현재 호가가 4000만원가량 더 붙은 상태다.
전문가들은 공항철도 개통 및 LG그룹 입주를 동력으로 이 지역 집값이 한동안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7월 기준 공사 진행률 80%로, 오는 10월 개장을 목표로 하는 서울식물원도 또다른 지역 호재로 꼽힌다. 김은진 부동산114 팀장은 “공항철도 마곡나루역 개통은 예정된 이슈이지만 실제 역 개통이 이뤄지면 부동산 경기와 상관 없이 한번 더 집값이 꿈틀거릴 것”이라며 “LG 계열사 입주에 따라 파생 업종들이 속속 들어오고 있는 등 배후 수요가 계속 증가하는 점도 호재”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