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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프라하 연주회에서도 메뚜기(빈 객석 자리이동)가 있었어. 나중에는 자리 주인 와서 도로 원 위치했지만….” 피아니스트 조성진(22)의 일부 몰지각한 한국 원정팬들에 비매너적 행위가 도마 위에 올랐다.
연주 중 촬영을 한다거나 자신의 자리는 두고 잘 보이는 빈 객석으로 이동해 앉는 일명 ‘메뚜기 행동’이라든지, 사인회 긴줄 새치기하는 등 도 넘은 행위가 많은 현지 외국인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조성진의 연주를 보기 위해 직접 해외를 쫓는 이들 한국 원정 광(狂)팬을 묘사한 내용이 프랑스 유명 일간지에 실리는가 하면 연주자에 대한 반말과 신체 접촉 등 무례한 태도는 사생활 침해에 대한 비판으로까지 이어지는 분위기다.
1일 클래식계에 따르면 조성진의 일부 클래식 팬들이 해외 연주회 원정을 다니며 ‘무매너’ 행동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이 수시로 벌어지고 있다.
최근 프랑스 일간지 르 몽드는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연주회 리뷰를 통해 ‘젊은 한국인 여성을 그루피들의 무리’로 묘사하며 이를 지적했다. 그루피(groupie)는 원래 음악밴드를 뜻하는 그룹에서 파생된 말로 특정한 음악가 상대와 성교 및 친밀 관계를 원하는 사람을 가리킨다. 특히 소녀(여성)을 지칭하는 경우가 많은데 연예인 광팬과 같은 의미로 쓰이고 있다. 팬과 서포터와는 달리 모멸적 표현인 그루피는 한국어 표현으로 ‘빠’ 정도로 음악가·배우·아티스트 등의 연예인을 뒤쫓는 사람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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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진의 팬이라는 김모씨는 “지난달 28일 일본 나고야 아이치예술문화센터 콘서트홀에서 열린 조성진 연주회와 15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쇼스타코비치 공연장에서 가졌던 연주회에서도 원정팬의 지나친 행동을 목격했다”면서 “촬영을 하는 건 기본이고 이야기를 나누는 등의 비상식적 행동을 서슴치 않았다. 같은 한국인으로서 부끄러웠다”고 귀띔했다.
한 제보자는 “현재 해당 영상은 삭제되었으나 연주 중 촬영하는 한 광팬의 모습을 러시아인이 영상으로 담아 유튜브에 올린 해프닝도 있었다”며 “국격을 떨어트리는 어글리 코리안에 혀를 내두를 정도”라고 토로했다. 이어 “자제와 예의를 지키자는 성토에도 일부 팬들은 ‘그냥 무시하고 지나가면 될일을 뭔 말이 많냐’는 식으로 반응한다”면서 “도를 넘어선 문제를 인식하지도 못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다른 한 팬은 “게시판에 올라온 목격담들이 전부 100% 진실이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르 몽드와 같은 외신에서도 지적할 만큼 한국 원정팬들의 태도가 성숙했다고 확언할 수도 없어 보인다”며 “해외공연 관람 시 드레스 코드에 대한 논란까지 일더라. 해당 국가의 문화에 대한 이해와 존중이 한참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클래식계 관계자는 “지난해 쇼팽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한 조성진을 비롯해 최근 한국 음악가들이 국내외 유명 국제 콩쿠르 우승을 싹쓸이해 대한민국의 클래식 위상을 높였다”면서도 “비상식적인 행위로 높아진 국격을 깍아내리는 행위이자 조성진에 먹칠하는 격”이라고 분노했다. 이어 “해외 연주회 원정에 나서기 전 해당 국가에 대한 공연 관람 문화 등을 이해하는 건 필수다. 기본적인 공연 관람 매너 숙지와 연주자에 대한 인격적 존중 역시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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