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남초 현상에 '결혼스펙' 쌓는 男 늘어

  • 등록 2016-04-23 오전 5:05:00

    수정 2016-04-23 오전 5:05:00

[이데일리 e뉴스 김민정 기자] “결혼요? 못 하는 게 아니라 안 하는 거죠”. 결혼 적령기를 훌쩍 넘긴 금융사 직원 양 모(38)씨는 최근 ‘결혼스펙’을 쌓기 위해 퇴근 후 미국 공인회계사 자격증(AICPA) 준비는 물론, 주말마다 몸 만들기에 한창이다. 가벼운 연애를 지속하느니, 1등 신랑감에 걸맞는 스펙을 쌓아 희망하는 상대를 만나겠다는 생각에서다.

연봉 7000만원 이상의 안정적인 직업과 국제 자격증, 단단한 몸 등 여성에게 호감을 줄 요소를 가지고 있는 남성에게 나이는 결혼 시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

최근 통계청의 주민등록 인구 통계에 비쳐봤을 때 올해 미혼남성 6명 중 1명은 짝이 없어 결혼 할 수 없다는 최악의 ‘남초’ 심화 현상까지 예고되고 있다.

그러나 실제 미혼 남성 사이에서는 오히려 억지로 떠밀리듯 결혼을 하느니 자신의 수준에 맞는 스펙의 여성을 골라 결혼하겠다는 의식이 높아지고 있다.

남초 현상으로 결혼을 못하겠다는 불안함보다, ‘아무나’하고의 결혼에 대한 두려움이 더 크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 때문에 결혼정보회사를 찾는 남성이 늘고 있다. 6~7년 전만해도 결혼정보회사의 남녀 성비가 4 : 6 이었던 것에 반해 최근엔 거의 동등한 비율이 이런 현상을 대변해 준다.

결혼정보회사 가연에 따르면 여성회원 못지않게 남성 회원들의 요구사항도 점차 까다로워지고 있는 추세다.

“여성의 연봉은 4000 이상이었으면”, “상대방 부모의 노후를 책임지지 않아도 되는 집의 자녀였으면”, “이왕이면 긴 머리에 눈이 큰 여성이었으면...”등 배우자에 대한 기준을 당당하게 밝힌다.

이들의 경우 매칭 시 만족감이 높아 성혼률도 높다. 이런 현상에 대해 결혼정보회사 가연 관계자는 “예쁜 여성 회원이면 다 된다던 과거와 달리 본인의 요구사항을 분명하게 드러내는 남성 회원이 많아졌다”며 “성비불균형으로 인한 남초 현상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좋은 짝을 만나기 위해서 가만히 있기보다 만남을 위한 노력을 끊임없이 하는 것이 좋다”고 전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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