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차관급 회담 결렬…'금강산 관광'에 발목(종합)

우리측 4가지 의제 제시…北, 금강산관광 재개 집중적으로 제기
南 금강산 관광 따로 논의하자 제안했으나 北 "금강산 문제 선결해야"
北 "금강산 관광 재개하면 이산상봉 가능하다" 제안
첫번째 당국회담 의제 설정조차 못하고 공전만 거듭
  • 등록 2015-12-13 오전 2:07:17

    수정 2015-12-13 오전 2:14:04

[개성 공동 취재단=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1박2일 동안 진통을 겪은 제1차 차관급 남북 당국회담이 금강산 관광에 발목이 잡혀 결렬됐다. 양측이 제시한 의제는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나 남북 모두 강경한 태도를 보이면서 사실상 의제 설정 단계에서 한발자국도 나가지 못했다.

황부기 통일부 차관은 12일 회담이 열린 개성공단 종합지원센터에서 기자들과 만나 “11일부터 이틀간 개성공단에서 제1차 남북당국회담을 개최해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현안문제를 협의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밝혔다.

[개성공동취재단]11일부터 1박2일간 개성공단에서 진행된 1차 남북 당국회담에 우리측 수석대표로 참여한 황부기(오른쪽) 통일부 차관과 북측 전종수 단장.
‘금강산 관광 재개 선결’에 막혀 공전한 회담

황 차관은 우리측은 △이산가족 문제 근본적 해결 △환경·민생·문화 등 3대 통로 개설 △DMZ세계생태평화공원 조성 △개성공단 3통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북측은 금강산관광 문제를 집중 제기하면서 이산가족 문제와 연계시켜 동시 추진, 동시 이행을 주장했다”며 “금강산관광 재개에 대한 합의를 우선적으로 요구했다”고 덧붙였다.

황 차관은 “우리측은 인도적 문제인 이산가족 문제와 금강산관광 재개 문제는 그 성격이 다른 사안으로 이를 연계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강조했다”고 했다.

우리측은 북측에 금강산관광 재개 문제를 따로 떼어 후속 회담에서 논의하자는 제안을 했으나, 북측이 이를 거부했다. 북측이 금강산 재개 문제에 대한 합의 없이는 다른 협상도 없다는 ‘벼랑 끝 전술’로 나오자 양측은 ‘팽팽한’ 줄다리기를 이어간 것으로 보인다.

개별 회담 시간이 짧았던 점도 이를 증명한다. 이틀 동안 남북은 전체회의 한번, 수석대표 접촉 5번 등 총 여섯차례 머리를 맞댔다. 회담 시간은 11일 오후에 진행된 첫번째 수석대표 접촉(오후 6시3분~오후 7시15분)을 제외하고는 모두 30분 안팎이었고, 북측이 회담 결렬을 통보한 마지막 수석대표 접촉은 5분에 불과했다.

황 차관은 “금강산관광이 재개되기 위해선 북측이 관광객 신병안전과 재발방지, 재산권 회복 등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하는 것이 선행돼야 하는 만큼 먼저 금강산관광 실무회담을 개최해 먼저 이러한 문제들을 협의할 것을 제안했다”고 말했다.

그는 “북측은 금강산관광 재개 문제가 선결되지 않으면 이산가족 등 다른 사안도 논의할 수 없다고 하면서 일체 협의에 호응해 오지 않았다”고 했다.

시작 전부터 예고됐던 ‘진통’…차기 회담 일정도 못 잡아

이에따라 양측은 공동보도문도 내지 못하고 차기 회담 일정도 잡지 못한 채 회담 종료를 선언했다.

북측이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를 핵심 의제로 제시할 것이라는 것은 새로울 것이 없었지만 태도면에서는 예상보다 훨씬 강경했다. 북측은 회담 내내 합의문에 금강산 관광 재개를 정리하고 넘어가야 한다는 주장을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금강산 관광 재개에 대해 우선 합의해야 우리측이 제시한 4가지 의제는 물론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조건인 신변안전보장, 재발방지, 사업자 재산권 보호 등을 다루는 추후 협의에 임하겠다는 이야기다.

북측은 금강산 관광을 3~4월에 재개하면 이산가족 상봉도 할 수 있다며 구체적인 안까지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우리 정부로서는 그동안 이산가족 문제 해결과 금강산관광 재개는 서로 교환할 만한 사안이 아니라는 ‘원칙’을 지속적으로 강조해온 만큼 물러날 수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측은 월요일에 다시 회담을 지속하자는 제안을 북측에 건넸으나 북측은 “남측이 금강산 관광 재개 의지가 없는 것 같다. 더 이상 협상을 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일방적으로 통보해 왔다고 덧붙였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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