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 사는 아들 “친구들과 같이 살아요”
직장인 정민규(가명·34)씨에게 집은 곧 ‘방’이다. 서른한 살에 독립한 이래 그는 줄곧 서울 동작구의 방 한 칸짜리 원룸에서 살고 있다. 방 둘·셋 딸린 아파트는 그에게 ‘살(buy) 수 없는 것’이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값은 평균 4억9893만원이다. 월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15년을 모아야 한다. .
정씨는 ‘에코세대(1979~1992년 출생)’다.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의 자녀 세대라는 뜻이다. 전체 인구의 19%(954만명)를 차지하는 이들의 경우 학자금 대출, 취업난, 집값 부담으로 인해 남의 집에 세 들어 사는 기간이 길어졌다는 점이 특징이다.
에코세대는 전체의 42.5%가 보증부 월세로 거주한다. 집 살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전세는 31%, 자가는 15.4%에 불과하다.
내집 가진 아빠 “전원주택 갈아타고 파”
공무원 이형석(가명·53)씨에게 집이란 ‘40평형(132㎡)대 아파트’였다. 정씨의 아버지뻘인 그는 2000년대 초반 대출을 끼고 경기 용인시에 중대형 아파트를 사들인 전형적인 베이비붐 세대다.
총 695만명(인구의 14.5%)에 이르는 베이비부머는 ‘내 집’에 대한 애착이 유달리 강하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2012년 베이비부머 56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이들의 자가 보유율은 81.1%에 달했다. 이들은 집값이 가파르게 오르던 경제 호황기에 주택을 매입해 앉아서 자산을 불리는 혜택을 누렸다. 전체 자산 중 부동산 비중이 약 70%에 이를 만큼 쏠림 현상이 심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전세 사는 삼촌, 수익형 부동산 투자 선호 높아
이 둘 사이에는 ‘낀 세대’가 있다. 전체 인구의 12%(605만명)를 점유한 2차 베이비붐 세대(1968~1974년생)다. 1990년대 이른바 ‘X세대’로 불린 이들은 사회 진출 초기에 외환위기를 겪으며 경제 활동에 어려움을 겪었다. 집 살 돈을 모으기도 전에 주택 가격이 급등한 탓에 이전 세대만큼 부동산시장 호황의 혜택을 누리지도 못했다.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2012년 기준 이들의 자가 거주 비율은 약 41%로 전체 평균보다 약 13%포인트 낮았다. 반면 전세와 월세 거주 비율은 각각 34%, 22%로 6년 전 같은 연령대보다 5%포인트, 3%포인트 높아졌다.
전세를 선호하고 오피스텔 같은 임대사업 투자 의지가 상대적으로 높은 것도 이 세대의 특징이다. 이종아 KB경영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시장 호황기를 거친 전 세대와 달리 2차 베이비부머들은 단순히 집을 늘리기보다 여유 자금을 임대사업 등 재테크 목적으로 사용하려는 트렌드 변화가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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