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이번에는 홈쇼핑이다.” 구본걸
LF(093050)(옛 LG패션) 회장
(사진)의 행보가 거침이 없다. 상반기 조직개편과 신사업팀(뉴BIZ팀)을 꾸린 구 회장은 신 유통채널로 면세점에 이어 홈쇼핑 유통 시장 진출을 추진 중이다.
이 회사는 지난 2011년 11월 아웃도어 브랜드 라푸마의 재고 소진을 이유로 한 차례 홈쇼핑 판매를 진행한 적은 있지만 기획 상품을 직접 개발해 판매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홈쇼핑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데 주목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들어 백화점이나 가두점 등의 유통채널 매출은 크게 줄어드는데 비해 홈쇼핑 성장 속도는 눈부시다”며 “게다가 명품 등의 고급 상품 판매도 늘어 프리미엄 이미지가 커지고 있는 만큼 신 유통 채널 선점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3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LF는 백화점과 일부 가두점에서만 판매되던 아웃도어 브랜드 ‘라푸마’를 앞세워 올 하반기 본격적으로 홈쇼핑 시장에 출사표를 낸다. 첫 번째 아이템은 기존 오프라인 판매 제품과 겹치지 않는 ‘속옷’으로 사업을 시작한다.
신사업부는 이미 지난 23일 22시40분 롯데홈쇼핑을 통해 ‘라푸마 트레킹 드로즈’ 남성 속옷 판매를 첫 방송으로 소비자 테스트를 거친 상태다. 기존 홈쇼핑에서 판매되는 일부 속옷보다 1만원가량 비싸다. 이후 반응을 살핀 뒤 새로운 기획 상품으로 홈쇼핑 판매를 본격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LF는 최근 신사업부를 신설하고 홈쇼핑 같은 신 유통 채널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신사업팀을 이끄는 김인권 상무는 “기존의 백화점 등 오프라인 매출에 타격을 주지 않으면서 성장시키는 방향을 구상하고 있다”며 “라푸마의 홈쇼핑 데뷔도 이의 일환으로 기존 채널이 아닌 면세점, 아웃렛, 온라인 등 신 유통채널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면세점 영업망 구축에도 힘을 싣는다. 면세점은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한 초석 다지기로 현재 LF의 캐주얼 브랜드 헤지스 같은 경우 아시아권 면세점에 차례로 진출한다는 목표다. 현재 중국 하이난의 면세점에 ‘헤지스’ 입점을 검토 중이며 아시아권을 중심으로 추가 확대를 시도 중이다.
LF 관계자는 “올 상반기에는 사명 변경에 이어 내부 인력 운영과 시스템 등 조직 역량을 키우는데 집중했다면 하반기부터는 신규 사업에 속도를 낼 방침”이라며 “구본걸 회장의 의중을 반영해 파워 브랜드 육성과 글로벌 시장 진출, 판로 확대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LF의 이 같은 도전에 삼성에버랜드, 한섬, SK네트웍스 등의 패션 대기업도 홈쇼핑 진출 여부에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내수 침체에 백화점이나 기존 유통 채널들의 매출은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면서 “유통 채널에 한계를 느낀 패션 대기업들이 높은 판매 신장률을 보이는 홈쇼핑 진출을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