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을 저주하는 ‘경축! 비행기 추락 바뀐애 즉사’라고 적힌 종이의 사진을 트위터에 올린 사람과 그것을 퍼나른 사람은 우리사회에서 갈수록 심각해져가고 있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역기능을 극단적으로 증명한다. 일부 한국인들은 이제 SNS를 진영(陣營) 간 싸움의 무기로 쓰는 데 중독된 나머지 사이버공동체 형성과 소통이라는 SNS의 순기능을 까마득히 잊은 듯하다. 이는 강남에서 자라면 귤이지만 강북으로 옮겨심으면 탱자가 된다는 초나라 고사 ‘남귤북지’(南橘北枳)를 실감케 한다.
미국 코넬대학의 네크워크 과학자 스티븐 스트로가츠 교수에 따르면 SNS를 오래 사용하다 보면 관계가 약한 지인들(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정보를 주는 사람들)과 강한 지인들(진짜 친한 사람들) 사이의 경계가 점차 모호해진다. 진정한 친구와 그냥 아는 사람 사이의 구분이 흐릿해지면서 SNS 사용자들은 정작 신경을 쓰지 않아도 좋을 사람들과도 관계를 계속 유지하려고 발버둥치면서 엄청난 시간을 바치게 된다.
이런 시간 낭비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실시간으로 연결되는 SNS에 장기간 매달리다보면 사람이 갈수록 즉물적이 돼 자동적으로 메시지를 날리게 된다는 것이다. 미국 남가주대학 전문가들의 연구에 따르면 SNS 메시지가 선한지 악한지를 가리려면 최소 4~6초의 시간이 필요한데 정신적으로 미숙한 사람들은 빠르게 날아오는 SNS 메시지에 접하면 ‘내가 곧바로 반응하지 않으면 사이버공간에서 실종될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에 내용도 따지지 않고 기계적으로 대응한다. SNS의 노예가 되는 것이다.
소크라테스를 비롯해 수많은 철학자들을 배출한 그리스에는 손님에게 미지근한 커피를 내는 카페가 적지 않다. 뜨거운 커피에 익숙한 외국인 손님이 “왜 이리 커피가 미지근하냐”고 카페 주인에게 따지면 “그리스 사람들은 커피 잔을 앞에 놓고 보통 서너 시간씩 대화를 나누기 때문에 미지근해도 괜찮다”라는 대답을 듣게 된다. 이제 우리도 SNS를 잠시 멈추고 ‘차 한 잔의 대화’를 중시하던 선인들의 정신적 깊이를 되새겨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