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 정책, 예외 없는 원칙 세워라

[박근혜 차기정부에 바란다] ⑥ 조원동 한국조세연구원장
  • 등록 2012-12-31 오전 8:00:00

    수정 2012-12-31 오전 8:00:00

[한국조세연구원장 조원동] 복지분야 공약은 박근혜 정부의 핵심약속중 하나다. 당선자를 대선후보로서 국민들에게 각인시키게 된 것은 ‘생애주기별 맞춤형복지’가 제시되고부터다. 따라서 새 정부는 공약이행에 만전을 기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더욱이 새 정부는 약속의 이행을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강조해왔다. 그러나 현실 경제여건을 무시한 공약이행은 경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으며, 이는 정부의 굳은 의지에도 불구하고 약속실천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원만한 약속 실천을 위해 세 가지 원칙을 제안해본다.[

▲조원동 한국조세연구원장
첫째, 재정지출의 효율성 또는 효과성을 보다 면밀하게 따져야 한다. 새누리당은 집권 5년간 복지공약이행에 필요한 총재원소요를 약140조원으로 예상하고, 이의 60%는 기존의 씀씀이를 줄여서 조달한다고 했다. 아마도 세목신설이나 세율인상없이 복지재원을 조달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일 것이다. 그런데 기존 씀씀이를 줄이는 것이 말처럼 쉽지가 않다. 증세도 어렵지만, 예산삭감도 결코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이를 관철해 내려면, 재정지출의 효율성에 따라 예산을 배분하는 분명한 원칙이 정립되어야 한다. 일정이상 규모 재정지출에 반드시 사전타당성을 따지는 식이다. 복지 분야도 예외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도로나 철도처럼 사전타당성을 따지기 어렵다면, 소규모 시범사업의 우선 추진을 원칙으로 하고 이의 결과를 보고 후속사업의 추진을 결정하는 제도가 도입돼야 할 것이다.

복지사업의 경우 이런 원칙이 더욱 중요하다. 복지지출의 경우 사회간접자본지출과 달리 사람들의 태도변화를 유발하기 때문이다. 참여정부시절, 병원식사비를 건강보험대상에 포함시키로 했던 결정이 당초 예상보다 훨씬 큰 지출을 초래했던 것은 단지 조그만 사례에 불과하다 할 것이다. 원칙을 세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예외없는 집행이 더 중요할 수 있다. 우리는 이미 어디에선가 선례가 만들어지면 이 예외가 곧 원칙이 돼버리는 경험을 수도 없이 겪어왔다. 재정지출의 우선순위를 따지고 이것이 예산심의과정에 반영되는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다.

둘째, 공약의 완급도 조절돼야 할 것이다. 여러 공약중에서 빠르게 실천될 것과 다소 시간적 여유가 있는 것을 가려내 국민들에게 보다 현실성 높은 이행계획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경제여건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 국민들은 공약의 실천을 바라지만, 경제여건이 좋지 않을 것이 예상될 때 무리하게 지출을 늘려 결국 경제회복의 발목을 잡는 결과를 바라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경제를 살리기 위해, 재정을 보다 적극적으로 운용하는 것은 불가피해 보이지만, 그렇다고 빚을 내어 복지투자를 늘려서는 곤란할 것이다.

일본이 타산지석의 사례다. 2009년 민주당은 복지공약을 토대로 집권에 성공했고, 집권후 이를 강력히 실천에 옮겼다. 그런데 그 재원이 문제였다. 집권 첫해에는 정부자산을 팔아 재원을 조달했지만, 곧 바닥이 났고 결국 빚을 내서 복지재원을 마련하는 식이 계속됐다. 그러는 사이 국가부채는 2008년 190%에서 작년에는 237%까지 늘어났고 일본의 신용등급은 우리보다 낮아져 버렸다.

일본의 예는 세번째 원칙으로 연결된다. 복지를 늘리려면 반드시 항구적인 재원마련도 같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이다. 복지지출은 한번 시작하면 되물리기 어렵다. 아직도 의견이 분분한 영아보육이 바로 이점을 생생히 말해주고 있다. 일본 민주당은 항구적인 복지재원 마련을 위해 우리의 부가가치세에 해당하는 소비세를 인상했다. 항구적인 세원없이 복지지출의 불을 댕긴 것에 대해 유권자들에게 참회(?)하면서까지 말이다. 그러나 그 결과는 예상을 뛰어넘는 참패였다. 우리에게는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복지는 지속가능해야 한다. 보다 폭넓은 복지의 구현은 이번 정부 임기를 넘어서 지속적으로 추구돼야 할 가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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