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드라마가 시작될 때 제목은 ‘착한남자’가 아닌 ‘차칸남자’였다. 한글학회와 시민단체들은 ‘한글파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한쪽에선 제작진의 창작정신을 무시하는 구시대적 발상이라고 비판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았다. 극 중 주인공 강마루(송중기 분)가 사실 ‘착한 남자가 아니’라는 제작진의 숨은 의도를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논란은 KBS가 3회를 방영하기 전 제목을 ‘착한남자’로 바꾸면서 사그라지긴 했다. 하지만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제제도 남아 있고, 이와 유사한 일이 벌어질 수 있는 만큼 논란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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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언어는 모범이 돼야” vs “현실의 다양한 현상 반영해야”
지난 5일 서울 양천구 목동 방송회관에서 열린 ‘2012 방송언어 공동 연구 발표회’에서 전문가들이 모여 이 같은 내용에 관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사실 제목의 파격은 기존부터 있었다. 영화 ‘말아톤’은 마라톤의 잘못이다. 제작자는 ‘말아톤’을 통해 장애를 겪는 영화 주인공의 내면을 떠올리게 하는 효과를 거뒀다. ‘차칸남자’의 의도도 극 중에서 드러난다고 했지만 결과적으로 설득력을 얻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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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공영방송 의무론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언어 관련 규정에 잘 드러난다. 규정에는 “방송은 바른말을 사용해 국민의 바른 언어생활에 이바지 해야 하고, 원칙적으로 표준어를 사용하고 비속어, 은어, 유행어 등은 사용해서는 안된다”고 적혀 있다.
하지만 방송이 모름지기 모범이 돼야 한다는 엄숙주의는 현실의 여러 가지 다양한 현상을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과 충돌할 수밖에 없다.
방송언어 품격 자율 등급제 필요
모든 방송에 똑같은 고품격 언어를 요구하는 건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 따라서 프로그램별로 사용되는 언어를 차등화시키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신지영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방송프로그램 시청연령 등급제처럼 방송 연령대를 제시하는 방법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관람 가능한 나이를 ‘19, 15, 12, 전체가’와 같은 방식으로 제시하는 것처럼 시청자에게 알려줘 시청자들이 판단할 수 있도록 돕자는 것이다.
단, 그는 이 제도는 자율적으로 시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많은 프로그램이 자율적으로 등급을 부여하도록 격려하고, 심각하게 등급에 맞지 않는 방송을 하게 되면 절차에 따라 시정 권고나 통보를 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신 교수는 “지난 40년 동안 방송언어 관련 강력한 대책들이 별로 소용이 없었다는 게 사실”이라면서 “모든 방송언어를 일률적인 기준으로 통제할 수 없는 만큼 방송사의 자율 규제를 한번 시도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배성례 국회 대변인도 비슷한 방식인 프로그램별 방송언어 품격지수(가칭)를 실시할 필요가 있다고 거들었다. 그는 “방송언어 품격지수는 규제보다 권장사항으로, 가능한 공영방송에서 먼저 시범 시행을 해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