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드기획)곡물가 폭등..'곡물파동' 다시 올까

대두·밀 가격 1년간 20% 이상 폭등
美·러시아 가뭄 여파..식품파동 재연 우려
  • 등록 2012-09-06 오전 6:00:00

    수정 2012-09-06 오전 6:00:00

[이데일리 안혜신 기자] 지난 2008년, 필리핀·멕시코·방글라데시 등 일명 제 3세계로 불리는 국가들에서 폭동이 발생했다. 치솟는 물가를 더 이상 견디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당시 곡물가 상승의 원인은 미국을 중심으로 옥수수를 원료로 한 에탄올 등 바이오연료 소비가 급증한 데다 육류 소비 증가에 따른 사료용 곡물 수요 증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그리고 4년이 흐른 2012년. 곡물파동이 또다시 일어날 조짐이 보이고 있다. 미국과 러시아 주요 곡창지대에 극심한 가뭄이 이어지면서 주요 곡물가격이 급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애그플레이션(agflation, 곡물가격이 전반적인 물가 상승을 촉발하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곡물가 상승이 심상치 않다

지난달 31일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 옥수수 12월물은 부셸당 7.9975달러로 8달러에 육박했다. 최근 허리케인 아이작 영향으로 오랜 가뭄이 다소 해갈돼 가격 상승 추세가 주춤해지긴 했지만 여전히 위협적인 수준이다. 또 대두 11월물 가격은 1년간 25%, 밀 12월물 가격 역시 1년간 22% 상승했다.

최근 곡물가 상승의 가장 큰 이유는 미국과 러시아의 극심한 가뭄으로 작황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콩, 밀은 물론 옥수수의 최대 수출국인 미국은 가뭄 여파로 올해 농산물 생산량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미 농무부는 올해 1에이커(4046㎡)당 옥수수 수확량 전망치를 지난 7월 146부셸로 전월보다 20부셸 하향 조정했다. 이어 8월에도 이를 123부셸로 추가 하향 조정했는데 이는 17년래 최저 수준이다. 러시아 사정 역시 좋지 않다. 러시아 농림부는 악화된 기상환경으로 올해 러시아 밀 생산이 전년보다 9.6%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기상이변이 원인..뾰족한 해결책 없어

곡물가 상승에 전세계가 우려하고 있는 이유는 이 곡물들이 가축 사료는 물론 식품, 화학연료 원료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곡물가격 상승이 전체적인 물가 상승을 야기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나마 신흥국 주식인 쌀 가격은 상승 속도가 아직 급격하게 나타나지 않은 점은 반가운 소식이지만 향후 이상기후가 지속된다면 이 역시 어떻게 변할지는 장담할 수 없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주요 곡물가격이 오는 2020년까지 약 20%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제사회도 상황을 주시하며 발 빠른 대응에 나섰다. 식량 위기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G20(주요 20개국)은 지난달 27일 긴급 전화회의를 갖고 식량위기에 대해 신속한 대응책을 논의했다. 하지만 곡물가격 상승이 기상이변에 따른 것인만큼 뾰족한 대응책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현재로서는 허리케인 아이작 영향으로 가뭄에 시달리던 일부 지역에 단비가 내린 것 정도가 당장 곡물가격 폭등세를 막을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희소식으로 꼽히고 있다. 그나마도 이미 입은 타격이 커 올 한해 곡물 생산량 목표를 채우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올해 극심한 기상이변이 또 다시 발생한다면 지난 2007~2008년 아르헨티나와 호주에 직격타를 날렸던 가뭄처럼 세계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두 11월물 가격 (출처: CNN머니)
8월31일(현지시간) 종가 부셸당 17.56달러


밀 12월물 가격 (출처: CNN머니)
8월31일(현지시간) 종가 부셸당 8.9425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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