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허술한 정부청사 보안관리

  • 등록 2012-08-13 오전 7:10:07

    수정 2012-08-13 오전 7:10:07

[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정부 과천청사의 주차장은 초보 운전자에게 쥐약이다. 주차공간이 부족하기도 하지만 주차구획도 상당히 좁다. 청사가 1979년 착공돼 1994년 준공됐다는 점을 감안할 때 당시에 비해 차량 크기가 중형화, 대형화된 지금 기준으로는 좁을 수밖에 없다.

몇 번을 전진 후진해가며 어렵게 주차에 성공해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누군가 긁고 지나가거나 옆자리 주차 후 차 문을 열다 문으로 찍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새 차를 과천 청사로 몰고 오면 어느 정도 긁히고 찍힐 각오를 해야 한다. 최근에는 주차해 놓은 차량의 뒷좌석 유리가 파손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처럼 주차장 내에서 사고가 상당수 벌어지는데 범인 잡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주차장에 변변한 CCTV 카메라 하나 설치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주차장 관리 차원을 넘어 청사 보안과도 직결된 문제다.

현재 과천 청사에는 내외부에 총 38대의 CCTV가 설치돼 있다. 청사 출입구와 건물별 출입구에 한두 대씩 상징적으로 달려 있고 연금매장 등 상거래가 이뤄지는 곳에 설치돼 있다. 그 외 공간은 무방비상태인 것이다.

과천 청사는 1만여 평의 부지에 5개 건물이 들어서 있고 7개 부처가 입주해 있다. 기획재정부를 비롯해 지식경제부, 국토해양부, 농림수산식품부, 고용노동부 등 경제 핵심 부서는 물론이고 환경부, 법무부 등 사회 부처도 있다. 이곳에서 일하고 있는 공무원만 5500명, 그리고 하루 방문객 수가 1000여 명에 달한다.

그런데 CCTV는 물론이고 출입 통제 시스템도 허술하다. 아침 출근 시간 정문만 검사가 좀 까다로울 뿐 다른 두 출입구는 차를 멈춰 세우고 출입증을 확인하는 경우가 드물다. 청사 경비대 소속 의무경찰 한두 명이 출입구를 지키고는 있지만 누가 들어오고 나가는지 보기보다 수다 삼매경에 빠져 있을 때가 많다.

민원인이 방문하면 안내동에서 일단 신분증을 맡기고 출입증을 바꿔 들어가는 것이 원칙인데, 안내동 출입구도 많고 열려 있는 공간이라 출입증 없이도 얼마든지 청사를 활보하고 다닐 수 있다.

물론 과도한 CCTV는 사생활 침해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청사관리소 역시 CCTV 설치 필요성을 느끼고는 있지만 예산확보가 쉽지 않고, CCTV 설치로 인한 개인의 프라이버시 침해 문제도 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이곳은 프라이버시가 지켜져야 하는 ‘나만의 공간’이 아니다. 한 나라의 정책이 결정되고 정보를 관리하는 정부 청사다. 국가 기간시설인 것이다. 7명의 장관이 일하는 곳이고, 대통령이 한해 경제정책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방문하는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국가보안목표시설 ‘가급’에 해당되는 주요 건물이다. 보다 철저한 보안관리가 필요하다.

권소현 기자 juddi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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