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파생상품 거래세 논란, 차익 과세가 맞다

  • 등록 2012-08-01 오전 12:54:30

    수정 2012-08-01 오전 10:12:55

유럽위기와 글로벌 경기침체 등으로 국내 주식시장 거래가 빈사 상태로 빠져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주가지수선물 등 파생상품 거래에 세금을 매겨야 하는지에 대한 논란도 커지고 있다. 정치권과 정부는 1경1260조원에 달하는 주가지수선물 거래에 대해 0.001~0.01%의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여기에 대해 최근 한국거래소가 파생상품 거래세 부과에 반대하는 입장을 담은 보고서를 냈다. 본보 보도(7월 31일자 1면, ‘파생상품 조세저항 본격화’)에 따르면 거래소는 파생상품에 거래세가 부과될 경우 지수선물과 옵션은 물론 상장지수펀드(ETF) 등의 거래가 크게 위축될 것이라고 추정했다. 반면 세수 증대 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봤다. 거래소측은 이를 근거로 정치권을 상대로 입법저지 활동에 들어갔다.

거래소의 반대에 우리는 이유가 있다고 본다. 주식시장의 현물과 선물 거래가 동반 위축된 상황에서 자본시장에 미칠 악영향을 감안하지 않고 거래세 부과를 강행하는 것은 위험 부담이 적지 않다. 세금을 매기더라도 시장이 좋을 때를 선택하는 것이 낫다.

또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조세원칙을 감안해 파생상품의 경우 거래 자체보다는 차익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 맞다. 거래세 도입에 반대하고 있는 금융정책당국이 대안으로 양도차익 과세안을 제시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해외의 경우 대만을 제외하고는 파생상품 거래 자체에 세금을 매기는 국가는 없다. 일본과 호주는 자본이득세 방식으로 세금을 부과한다.

파생상품 거래세 도입은 지난 4.11 총선에서 복지공약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증세 방안에 포함된 것이다. 표심을 잡기 위해 각종 무상·반값 공약을 쏟아내던 정치권이 재원마련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자 그동안 안 걷던 곳에도 세금을 걷겠다며 파생상품을 지목한 것이다. 선거 때 경황이 없어 이것저것 공약을 주워섬기던 상황에서 벗어나 이제는 차분하게 과세의 근거와 합리적인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책임있는 정부·여당의 자세라면 과세 원칙에 맞게 신중히 추진하는 것이 옳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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