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현정 신혜리 기자] 금융당국이 추진하고 있는 ‘1만원 이하 신용카드 결제 거부 허용방안’에 대해 논란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일반 소비자들은 물론 영세 상인들조차 제도의 실효성에 의구심을 나타내며 탐탁치 않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가뜩이나 장사도 안되는데 과연 카드 손님을 받을 수 있겠느냐. 손님과 실랑이만 벌일 것 같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신용카드 수수료 부담을 줄여달라고 했더니 오히려 엉뚱한 발상으로 “손님 끊길 탁상머리 정책만 내놓고 있다”는 볼멘소리도 적지 않다.
서울 중구 충무로에서 김밥집을 운영하는 최모(51)씨는 이번 당국의 방안에 "혼란스럽다"고 했다. 그동안 카드 수수료 때문에 소액결제가 못마땅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막상 거부할 수 있겠느냐는 거다.
최씨는 일단 “김밥 한 줄 먹고 2000~3000원을 카드로 결제하면 카드 영수증 값도 안남아 손해를 보면서 장사해 왔다."며 "영세상인들의 자율성을 높여준다는 취지에 대해선 찬성”이라고 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음식값이 5000원 미만이라 혼자 온 손님들에게는 무조건 현금을 받아야 하는데 분명 하루에도 몇 번씩 손님들과 실랑이 붙을게 뻔하다”며 “특히 단골손님들이 많이 떨어질까봐 걱정된다”고 털어놨다.
대부분의 손님이 직장인인 여의도 한 소형 커피전문점 주인 김모(여·42)씨도 벌써부터 걱정이 태산이다. 그는 “얼마 전에도 카드 기계가 고장나서 현금만 받는다고 하니 손님들이 모두 바로 옆가게로 몰려갔다”며 “커피 한 잔 값은 대부분 3000원 이하인데 전체 매출의 70%이상이 카드결제인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문제는 수수료 인하인데 갑자기 엉뚱한 쪽으로 방향이 맞춰지니 좀 황당하다”면서 “정책이 바뀌어도 계속 카드를 받아야만 장사가 되지 않겠느냐”며 난감해 했다.
서울 명동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김 모(39)씨도 “옆 집은 카드 결제가 되고 우리만 안된다고 하면 당연히 손님을 뺏길 수 밖에 없다”면서 “수수료 조금 아끼려다 아예 가게 문 닫게 될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하소연 했다.
이미 소액결제가 보편화된 택시의 경우엔 파장이 더욱 크다.
한 법인영업회사 택시 운전사 우 모(59)씨는 “회사에서 수수료를 부담해주니 기본요금을 카드로 결제하더라도 별 문제가 없었는데 방침이 바뀌면 회사에서 현금 결제를 유도하라는 지침이 내려올 것”이라면서 “한달에 500만~600만원씩 수수료를 부담해오던 회사 입장에서야 좋겠지만 영업현장을 뛰는 우리 입장에선 사사건건 손님들과 시비 붙을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머리가 아프다”고 토로했다.
개인택시 기사들도 환영하는 건만은 아니다. 15년째 개인택시를 운행하고 있는 박 모(62)씨는 “단거리 운행에서는 수수료가 큰 부담이 돼 가끔은 카드 결제 손님들이 야속하기도 했다”면서도 “정책이 바뀌었다고 손님보고 ‘현금 있냐’고 물어본 다음에 태울 수는 없는 노릇이고 난감하기는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영세상인업자들은 결국 “소액결제 거부 허용 방안은 미봉책일 뿐”이라며 “근본 해결책은 수수료체계의 근본적인 손질” 이라고 입을 모았다.
여의도에서 유명 베이커리 체인점을 운영하는 이 모(41)씨는 “오늘 아침만 해도 손님 가운데 90%가 카드로 결제했다”며 “이미 소액결제가 생활화 되어있는데 (손님들에게) 마음대로 결정하라고 하면 장사 어떻게 하라는 거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그는 “손님들에게 ‘카드 안받는다’고 용기있게 말할 수 있는 가게 주인은 아마 없을 것”이라며 “카드 수수료를 인하는 게 가장 좋은 방안”이라고 지적했다.
여의도의 한 떡집 주인 박모(여·38)씨도 “1만원 이하 결제를 받지 않는다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 하다”며 “수수료만 내려주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데 정부가 일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는 것 같아 속상하다”고 일침을 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