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는 12일(현지시간) GE와 GE의 금융자회사인 GE캐피탈의 신용등급을 종전 `AAA`에서 `AA+`로 각각 한단계씩 하향 조정했다.
이로써 S&P는 1956년 GE에게 최고 신용등급인 `AAA`를 부여한지 53년만에 GE의 등급을 강등시켰다. S&P는 그러나 GE에 대해 `긍정적` 신용등급 전망을 부여함으로써 일단 신용등급의 추가 하락 가능성을 배제했다.
신용등급 강등 소식에도 이날 GE의 주가는 급등세를 보였다. 신용등급 추락 가능성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크게 해소된데다, 신용등급 하락이 그마나 예상보다 소폭에 그쳤다는 안도감이 작용했다.
◇ GE "회사 영업이나 자금조달에 큰 영향 없다" 자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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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는 그러나 GE가 견고한 기반을 갖고 있으며, 대규모 배당 삭감을 통해 20억달러의 캐쉬 플로우 창출이 가능하고, 재무적 유연성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며 GE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으로 제시했다.
이에 대해 GE는 "신용등급이 낮아졌지만 회사의 영업이나 자금조달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회사는 480억달러의 현금을 쌓아놓고 있고 이미 올해 필요한 장기자금 조달도 90% 이상 끝마친 상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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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신용등급인 `AAA` 기업들은 미국 기업중 가장 낮은 비용으로 자금 조달이 가능하다. 또 AAA 등급이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에 해당하는 만큼 미국의 AAA 기업들의 자부심은 남달랐다.
기업의 입장에선 AAA 등급을 유지하기가 쉽지만은 않다. 항상 상당한 수준의 현금자산을 보유해야 하고, 재무상 위험이 큰 실험적인 사업이나 레버리지의 유혹을 늘 뿌리쳐야 하기 때문이다. GE가 반세기 동안 AAA 등급을 유지한 것도 놀랍다는 평가다.
제프리 이멜트 GE 회장은 지난 1월만 해도 GE가 충분한 이익을 내고 있기 때문에, AAA 신용등급은 물론이고 배당도 유지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러나 GE는 지난달 1938년 이후 71년만에 처음으로 배당금을 대폭 삭감한데 이어 이날 신용등급마저 강등됐다. 결과적으로 이멜트 회장은 자신의 언급에 책임을 지지 못하게 된 셈이다.
올해 53세인 이멜트 회장은 공교롭게도 GE가 처음으로 AAA 등급을 받은 1956년에 태어났다. 이멜트로선 GE가 반세기만에 최고 신용등급을 상실한데 따른 감회가 남다를 수 밖에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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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GE의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해소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존 버겐슨 앨비온매니지먼트그룹(Albion Management Group) 포트폴리오 매니저의 경우엔 GE의 신용등급이 몇단계 하락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있었던 만큼 S&P가 한단계만 내린데 따른 안도감이 주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한다.
사실 GE의 신용등급이 강등됐지만 `AAA` 보다 한단계 낮은 `AA+` 등급 역시 높은 수준임에는 틀림없다. 이멜트 회장은 "누구도 등급 하락을 좋아하지 않지만. 새로운 등급은 GE가 상대적으로 강한 회사임을 다시 확인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시장의 우려가 완전히 불식되기 위해선 좀 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보험사인 AIG의 경우 2005년 AAA 등급을 상실한 후 3년만에 정부의 구제자금을 받는 처지가 됐다. 모노라인(채권보증업체)업체인 암박도 2008년 AAA 등급을 상실한 이후 지금은 주가가 1달러선을 밑돌고 있다.
또 S&P의 신용등급 강등으로 인해 무디스 등 다른 신용평가사들도 등급을 하향조정할 가능성이 높다. S&P가 한단계만 낮췄지만 다른 평가사들은 GE의 등급을 더 내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따라 GE로선 신용등급 강등의 주된 배경인 GE캐피탈을 둘러싼 우려를 완전히 불식시킬 필요가 있다. GE가 오는 16일 GE캐피탈에 대해 설명회를 갖기로 한 것도 GE캐피탈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GE 스스로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앨비온매니지먼트의 존 버겐슨 매니저는 "GE는 당분간 AAA 등급을 잊어버리고 회사내에서 필요한 일들을 처리해야 한다"며 "GE캐피탈을 분할하는 방안을 찾는데, GE가 포커스를 맞출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