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쪽으로 보면 이렇게 보이고, 저쪽에서 보면 저렇게 보인다. 일견 온순(dovish)하기도 하고, 씹어보면 강경(hawkish)한 맛도 난다. 그의 말투는 좋게 보자면 모호하고, 나쁘게 보자면 양다리를 걸치는 불투명성 덩어리다.
이틀연속 연설을 한 그린스펀 의장의 발언은 비슷한 시각에 마이크를 잡은 후배들에 비해 훨씬 부드러웠다. "집값이 떨어진다고 해서 큰일이 나는 건 아니다. 미국의 주택 보유자들은 집값 하락을 견딜 능력이 있다"거나, "미국 경제는 고유가나 9.11테러와 같은 충격을 매우 잘 이겨낼 수 있는 엄청난 유연성을 갖고 있다"는 식이다.
그러나 그의 발언을 반대로 뒤집어 보면 맛이 다르다. 이틀 연속 자산가격 하락의 불가피성을 언급한 그린스펀의 예상에 따르면 "주택담보 대출에 어마어마하게 의존하고 있는 미국의 소비는 모기지 금리가 상승하면서 후퇴할 수 밖에 없다."
그린스펀의 어순을 뒤집어 본다면, 잘 이겨는 내겠지만, 미국의 소비경제는 지금 원투펀치를 맞고 있다.
처치자산운용`의 매니저 그렉 처치는 "그린스펀이 마치 주식시장의 반등을 유도하려는 발언을 한 것처럼 들리긴 했지만, 우리들은 지금 그보다 깊은 문제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
퍼시픽 그로우스 에쿼티즈의 스티븐 마소카 사장도 "시장 앞에는 수많은 이슈와 의문들이 놓여져 있지만, 어느것 하나 쉽게, 신속하게 해결할만한 게 없다 "면서 "많은 투자자들이 이들 이슈를 보다 자세히 파악해낼 때까지 꽁꽁 얼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