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부총리 "우리 경제 사춘기적 불안감겪고 있어"

"시장경제 담금질 더 필요"
  • 등록 2004-10-11 오전 6:35:00

    수정 2004-10-11 오전 6:35:00

[edaily 김춘동기자] 이헌재 부총리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우리나라는 시장경제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사춘기적 불안감을 겪고 있으며, 시장경제 담금질 더 필요하다며 특유의 시장경제론을 피력했다. 이 부총리는 지난 주 국제통화기금 총회 참석차 워싱턴을 방문해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말이 시장경제지 이 만큼 고통스러운 것이 없다"며 "이제 정부 주도로 나눠주거나 해결할 수 없으며, 정부는 게임의 룰을 제시하고 심판의 역할 밖에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 부총리는 "부모에게 의존하고 있다가 독립할 때가 되면 부모에 저항하기도 하고 그러면서 요구도 한다"며 "우리 경제도 정부에 해결책을 요구하면서 개입하면 관치라고 비판하는 사춘기적 불안감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부총리는 "룰을 제시하는 시장규율을 나쁘게 보면 안 된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미국은 시장규율이 더 엄격해 언론에서도 팔 비틀기(arm-twisting) 지적이 나온다"며 "과거 롱텀캐피탈매니지먼트 파산시에도 뉴욕 FRB총재가 구제금융을 요청했고, 금융기관들이 지체없이 수용한 바 있다"고 밝혔다. 그는 축구경기를 예로 들며 "축구도 옐로카드가 강화되면서 결국 그 속에서 새로운 기술이 개발되고, 기량이 좋아졌다"며 "처음에는 몸싸움이 줄면서 재미 없어질 줄 알았는데 오히려 더 재미있어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룰을 뚫고 나가면서 더 강해지는 반면 룰을 허술하게 하면 기술이나 능력, 창의력 보다는 편법 등이 판을 치게 된다"며 "투명성이 당장 불편하지만 이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올해 한미은행 노사 분규 등이 파국으로 갈 것 같았지만 정부가 참을성 있게 견디고 법과 원칙을 지키니까 누구도 무노동 무임금 등 파업 후를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게 됐다"고 부연했다. 최근 기업가정신 결여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 부총리는 기업도시 추진이 부진한 것과 관련 "옛날에는 지금보다 여건이 더 나빴다"며 "달라 붙어서 가면서 해결해야 되는데 그렇지 못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과거 대우에 있을 때 외국에 무기를 파는 과정에서 아무런 보장이 없었으며, 실크로드를 오가는 상인들도 법적으로 이윤을 보장해 달라고 하지 않는다"며 "요새는 배가 불러서 모험을 할 생각을 안 한다"고 꼬집었다. 한편 이 부총리는 "우리 경제는 실용주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며 "치열한 경쟁을 하려면 도적과 원리, 지고지순에 매달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네거티브 시스템을 도입하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며 "조그만 문제가 생기면 정부 책임론이 대두돼 결국 모든 사항들을 법적으로 규정할 수 밖에 없게 된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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