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반년간 B씨와의 불륜을 이어가던 한씨는 본처인 A씨를 내쫓고 B씨를 차지하고 싶었다. 이에 한씨는 일부러 A씨에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 두 사람이 이혼하기를 바랐다. 하지만 A씨는 한씨의 생각대로 남편과 이혼하려 하지 않았다. 오히려 남편인 B씨가 불륜 사실을 들키고 자신에게 이별을 통보하자, 한씨는 심부름센터를 통해 B씨의 나체 사진을 A씨에 보내거나, A씨에 전화해 ‘죽겠다’고 말하는 등 소동을 벌였다.
악에 받힌 한씨는 자살 소동 후 병원에서 퇴원하자마자 심부름센터를 찾았다. 한씨는 심부름센터에 “어떤 여자를 내 앞에 끌고 와 줄 수 있냐. 그 여자에게 약을 먹이든 어떻게 해서 모텔에 가서 다른 남자와 성행위하는 사진을 찍을 수 있냐”고 의뢰했지만 모두 거절당했다. 독극물을 취급하는 여러 업체에 “원하는 대로 돈을 줄 테니 독극물을 판매해 달라”고 연락했다가 거절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B씨와 한씨는 지속해서 만남을 이어갔지만, 그럼에도 본처 A씨는 가정을 끝까지 지키려 굳게 마음먹었다. A씨는 수첩에 “난 내 것은 안 빼앗긴다. 그것이 무엇이 되었든 남의 것도 안 뺏는다”, “바쁘게 살자. 다른 생각 하자. 즐거운 일을 찾아 하자”, “두고 봐라 인간아, 내가 얼마나 강한 사람인지”라는 등 글을 적었다.
A씨의 마음이 단단해지는 사이, 한씨는 점점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그는 B씨에게 ‘본처도 다른 유부남을 만나고 있으면서 돈 때문에 결혼 생활을 유지하려 한다’, ‘본처가 남자 있으면 본처와 이 생활 계속 할 것이냐’는 등 A씨와 사이를 이간질하며 B씨를 닦달했다. 이후 본처 A씨가 자신에게 “이제 그만 하시라. 연락하지 마시라. 그 사람 이혼 못 한다. 안 한다. 지금은 사랑한다 하지만 다른 여자들처럼 버려질 것”이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내자, 한씨는 격분하게 됐다.
결국 한씨는 2015년 1월, 술에 독극물을 넣고 A씨를 찾아갔다. 한씨는 엘리베이터가 아닌 계단으로 A씨의 집에 방문했고, 약 1시간여 뒤에 홀로 나왔다. 그날 새벽 집으로 돌아간 B씨는 쓰러진 아내를 발견하고 병원으로 옮겼지만 결국 숨졌다. 사인은 청산중독이었다.
1심 재판부는 한씨에 징역 25년을 선고했지만, 한씨는 여전히 자신의 죄를 인정하지 않고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 역시 다른 남자와 친밀한 관계에 있었고 피해자가 이러한 사실을 사망 당일 자신에게 고백하였다’는 취지로 주장하며 이미 고인이 된 피해자를 근거 없이 모독하고 있다”며 “당시 법정에서는 피해자로부터 받은 3억 5000만 원을 피해자의 딸 등 유족에게 반환할 의사도 없다고 분명히 발언했다”고 꾸짖었다. 이어 “피고인의 범행은 한 생명을 빼앗고 그가 필사적으로 지키고자 하였던 가정까지 파괴한 것으로, 범행의 결과가 매우 중하다”며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한씨는 대법원까지 상고했으나 기각당하며 무기징역형이 확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