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임·횡령 반복에…금융판 중대재해법 '책무구조도' 도입 잰걸음

7월 책무구조도 시행…경영진 처벌 근거 마련해
농협銀, 100억대 배임 적발…매년 금융사고 발생
금융지주·은행 중심으로 책무구조도 준비에 매진
  • 등록 2024-03-11 오전 5:30:49

    수정 2024-03-11 오전 5:30:49

[이데일리 송주오 기자] 최근 농협은행에서 직원이 110억원 가량의 업무상 배임 혐의를 적발해내자 금융권의 내부통제를 강화하기 위해 올해 도입 예정인 ‘책무구조도’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책무구조도는 금융권 경영진에 대한 제제의 법적 근거를 마련한 것으로 그동안 지적돼 온 제재 사각지대를 메웠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10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오는 7월 3일부터 책무구조도를 본격 시행한다. 앞서 책무구조도 도입을 골자로 한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지난해 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지난 1월 2일 공포됐다. 책무구조도는 각 금융회사가 임원별로 내부통제 책임을 명확히 규정하도록 했다. 최고경영자(CEO)도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는 게 핵심이다. 이런 탓에 ‘금융판 중대재해법’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금융사고는 매년 발생했다.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강민국 의원(국민의힘)에게 제출한 자료에서 지난 2017년부터 2023년 7월까지 금융권 배임액은 1013억 8000만원으로 집계됐다. 배임을 저지른 임직원 수는 총 84명이다. 최근 농협은행의 업무상 배임 외에도 지난해 BNK경남은행에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관련 자금을 관리하는 직원이 3000억원에 육박하는 횡령을 벌이기도 했다. 2022년에는 우리은행에서 700억원대의 금융사고가 발생했다.

하지만 경영진은 그간 각종 금융사고에도 법적 처벌을 피했다. 개정안 이전에는 금융회사에 내부통제 기준 마련 의무를 부여하고 있으나 책임소재가 불분명한 탓이다. 실제 지난 2020년 금감원은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에게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에 대한 내부통제 책임을 물어 중징계(문책경고)를 내렸으나 대법원은 금감원의 징계를 취소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지배구조법상 내부통제는 ‘준수할 의무’가 아닌 ‘마련할 의무’에 제한된다고 판단했다. 개정안은 이런 법적 허점을 보완했다.

금융권은 책무구조도 준비에 속도를 내며 대응하고 있다. 신한금융지주는 책무구조도의 선제적 도입을 검토하는 등 내부통제 강화를 위한 노력을 강화하고 있고, 신한은행은 지난해 책무구조도 작성을 완료하고 책무구조도 이행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국민은행은 준법감시인을 포함한 부서 임원과 실무진이 참여한 ‘내부통제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팀’을 운영하고 있다. 하나금융지주도 지난해 말부터 ‘책무구조도 등 지배구조법 개정 대응을 위한 프로젝트’에 착수하고 별도 TF도 구성해 운영 중이다. 우리금융은 외부 컨설팅 업체와 법무법인 조언을 받아 책무구조도 도입을 대비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책무구조도 도입에 대비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금융지주와 은행이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며 “최근 금융사고가 또 발생하면서 내부통제를 더 신경 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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