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에 이어 소비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한국은행이 그제 발표한 ‘민간소비 회복 모멘텀에 대한 평가’에 따르면 지난 1분기(1~3월)에 전기 대비 0.6% 증가했던 민간소비가 2분기(4~6월)에는 0.1% 감소했다. 이런 추세는 7월에도 이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수출이 지난해 10월부터 10개월 연속 감소세를 지속하는 상황에서 소비는 성장을 지탱하는 버팀목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소비마저 꺾이면서 내수경기에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다.
한은은 소비 위축에 대해 잦은 강우 등 날씨 탓으로 돌리고 있지만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 이보다는 고물가와 고금리가 누적된 영향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이는 통계로도 입증된다. 통계청이 지난 24일 발표한 ‘2분기 가계동향 조사’에 따르면 가구당 월평균 명목소득이 1년 전보다 0.8% 줄었고, 물가 상승을 감안한 실질소득은 3.9%나 줄었다. 명목 소비지출은 2.7% 증가했으나 물가를 반영한 실질 소비지출은 0.5% 감소했다. 반면 가계가 부담한 이자비용은 1년 전보다 42.4%나 늘었다. 고물가로 가계의 실질소득이 줄어든 데다 고금리로 이자부담이 급증하면서 가계가 소비할 수 있는 여력이 줄었기 때문이다.
향후 전망도 어둡다. 한은은 앞으로 날씨가 좋아지면 소비가 회복될 것이라고 했지만 한가한 얘기로 들린다. 지난달 2.3%까지 떨어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재상승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국제유가가 불과 3개월 만에 저점 대비 20% 가까이 오른 데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다시 격화되고 국제 곡물가격도 오르고 있다. 가계대출이 급증세를 보이는 것도 악재다. 2분기에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이 14조 1000억원이나 늘었다. 가계대출 급증은 가계에 이자부담을 늘리고 한은에는 기준금리 인하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 분명하다.
소비를 짓누르고 있는 고물가와 고금리가 호전되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여기에다 중국의 부동산발 경제위기 조짐도 심상찮다. 기업의 체감경기는 물론이고 소비자들의 체감경기를 나타내는 지표도 나빠지고 있다. 소비마저 꺾이면 정부가 제시한 올해 성장률 목표치 1.4%도 달성하기 어려워진다. 소비 회복을 위한 내수경기 진작 대책을 검토해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