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포자(수학을 포기한 자)’ 청소년의 항변 같지만 사실 김누리 중앙대 교수의 이야기다.
그는 중학생 때부터 다독 왕이었다. 프리드리히 니체, 프란츠 카프카, 헤르만 헤세, 토마스 만 등 독일 문학을 읽으며 생각을 키워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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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고등학교 때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대학마다 따로 문제를 출제해 치렀던 대학 입학시험인 본고사를 준비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는 “수학 한 문제를 푸느냐 마느냐로 인생이 결정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에 고교 땐 책을 많이 읽지 못했다”며 아쉬워했다.
고교에 입학하자마자부터 수학 공부만 했다. 일본 도쿄대 기출문제를 가지고 풀기도 했다. 한번은 시험에 ‘미적분 공식을 증명하라’라는 문제가 나오기도 했다. 그는 “그걸 다 증명하려면 보통 A4용지 3~4장을 해야 하는데, 그걸 고교생들에게 하라고 한 게 말이 되느냐?”라며 “평생 살면서 한 번도 써본 적이 없다. 너무나 어처구니없는 교육”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만약 한국에서 태어나지 않았다면 세계적인 문학 연구자가 됐을지도 모른다”고 말하며 웃었다.
답답한 현실을 피해 그는 동네 뒷산에 올라가 친구들과 어울렸다. 카프카와 니체를 논하며 술도 마셨다. 그는 “산이 일종의 도피처이자 우리에겐 유토피아였다”며 “지금 생각해보면 사실 조금 조숙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에서 제자들에게 끊임없이 읽고 쓰고 배운 것을 이야기하게 한다. 독서가 가진 힘이 내면에서 발휘될 수 있도록 훈련시켜온 것이다. 이날 인터뷰에서도 그는 질문에 답변만하지 않았다. 반대로 질문을 던지고 답을 끌어내며 1시간 30분이라는 시간을 한순간으로 만들었다. 그는 “기존 사고를 가진 사람들을 바꾸는 건 어렵다”며 “자기 성찰을 통한 자기비판이 전제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독서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오는 6월 21일과 22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개최되는 제14회 전략포럼 첫 번째 세션의 연사로 나선다. 인구절벽 상황에서의 ‘오늘의 학교, 내일의 교육’을 주제로 사교육의 대가 손주은 메가스터디 회장과 대담을 나눈다. 박근혜정부 당시 교육부 차관을 지낸 나승일 서울대 산업인력개발학과 교수가 좌장을 맡아 교육개혁의 바른 방향에 대해 짚을 예정이다. 김 교수는 “이런 교육 언제까지 할 건가? 이젠 정말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