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마 위 오른 'K라면 안전성'…"견제 운운보다 책임 강화해야"

[국경 넘는 K라면]②독일·프랑스·이탈리아·대만 등 유해성 논란 2년간 8건
2-CE 각국 기준 달라…"K라면 견제 나선 것" 주장도
정부 "기준 재설정 검토…비관세 장벽도 적극 해소"
전문가 "견제 치부해선 안돼…기업·정부 모두 반복된 문제 책임 있어"
  • 등록 2023-03-02 오전 5:40:00

    수정 2023-03-02 오전 5:40:00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해외에서 K라면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안전성 강화가 핵심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국내 주요 라면업체 제품이 유해성분 검출에 따른 제재 대상에 오르내리면서다. 어렵사리 성공한 현지 공략의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점에서 업체별 안전성 제고를 위한 철저한 방안 마련과 함께 정부 역시 관리·감독에 보다 신경 써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2년 사이 유해성분 검출 관련 해외로부터 제재를 받은 사례는 8건에 이른다.

(그래픽= 김일환 기자)
2021년 8월 독일에서 ‘농심 수출 모듬해물당면’과 ‘팔도 라볶이 미주용’이, 같은 해 12월 프랑스에서 ‘오뚜기 진라면 매운맛’이 ‘2-클로로엔탄올(2-CE)’ 검출로 논란이 됐다. 이어 지난해 2월 이탈리아에 수출한 ‘농심 김치신라면’과 3월 스웨덴에 수출한 ‘삼양라면’, 6월 독일에 수출한 ‘삼양불닭면류’에서도 같은 유해성분이 검출됐다.

올해 1월엔 대만에 수출한 ‘신라면 블랙 두부김치 사발’에서 2-CE가 또 다시 검출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태국은 동일 상품에 대한 자국 유통을 중단하고 3050개 제품을 수거해 검사에 돌입하기도 했다.

2-CE는 발암성 물질은 아니지만 흡입 또는 피부에 흡수될 경우 독성을 지닌다. 자연 중에서 비의도적으로 오염 또는 발생할 수 있어 안전성이 담보되는 수준에서 소량 검출만 허용한다. 하지만 1군 발암물질인 에틸렌옥사이드(EO)의 대사산물이기도 해 유럽 등 선진국에선 보다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실제로 2-CE 관련 허용기준을 보면 대만은 0.02ppm으로 국내 기준(30ppm)의 1000분의 1 수준이다.

나라별로 기준이 다르다보니 최근 국내 주요 업체들은 정부에 통합적인 기준 설정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청하고 나섰다. 일각에선 안전성을 명목으로 K라면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는 주장도 나왔다. 사단법인 한국식품안전연구원은 “최근 아시아를 위시한 전 세계 식품 경쟁사들이 우리 대표 수출품인 라면이 인기를 끌자 K푸드를 견제하고 나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EO와 2-CE 등에 대한 기준규격에 대한 점검과 재설정 필요성을 꾸준히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각국이 소위 견제를 위해 ‘비관세 장벽’을 치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 “국가간 협의가 필요한 상황이라면 당연히 정부가 나서 수출을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식약처는 지난해 말 유럽연합(EU)의 EO 관리 강화 대상 제품 목록에서 국내 식품업체들의 식이보충제를 제외시킨 사례가 있다. 이와 함께 식약처는 올해 상반기 내 ‘아시아·태평양 규제기관장 협의체(APFRAS)’를 발족, 비관세 장벽 완화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 라면 판매대.(사진=연합뉴스)
다만 전문가들은 통합적 기준 설정, 수출 지원은 둘째치고 각 업체와 정부가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꼬집는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는 “수출을 하려면 당연히 그 국가의 기준을 따르는 것이지 이를 견제라고 하면 해당 국가에 대한 모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K라면에 대한 일련의 문제제기를 안일하게 비관세 장벽이라 치부해선 안된다는 지적이다.

이 교수는 “이미 2년 전에 유럽연합(EU)에서 안전성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었지만 똑같은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는 건 문제”라며 “2-CE가 어디서, 어떻게, 얼마나 유입됐는지 모르고 있다는 건 우선 각 업체에 책임이 있는 것이고 더 나아가 이를 관리하지 못하는 식약처도 제 할 일을 못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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