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된 ‘지각 예산’ 부작용…민생보다 지역구 챙기기에 혈안

대통령실·경찰국 예산 두고 정쟁, 법인세 인하도 반대
국가 1년 나라살림, 여야 소수 비공개 회담 통해 결정
철도·도로·하수처리장 등 지역구 관련 예산만 대거 증액
  • 등록 2022-12-26 오전 5:01:00

    수정 2022-12-26 오전 5:01:00

[세종=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윤석열 정부의 첫 예산안 처리 지연에 대한 국민들의 비판 목소리가 커지자, 여야는 성탄절을 하루 앞둔 지난 24일 새벽 가까스로 처리했다. 다만 이번에도 밀실 협상을 통한 나눠먹기 관행이 이어지면서 쪽지 예산 편입 등 볼썽사나운 모습이 재현됐다. 한해 살림살이를 결정짓는 내년 예산안 처리가 여야 정쟁에 휘말려 재정 정상화와 경제 위기 극복이라는 정책 목표를 외면했다는 지적이 거세지고 있다.

지난 오전 국회 의원회관 더불어민주당 정책실에서 열린 여야 ‘3+3 정책 협의체’ 첫 회의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국민의힘의 이만희 행안위 간사·송언석 원내수석부대표·성일종 정책위의장, 더불어민주당의 김성환 정책위의장·위성곤 원내정책수석부대표·김교흥 행안위 간사. (사진=연합뉴스)


◇국회의장·정부 설득에도 여야 강대강 대치


25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정부가 9월초 국회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은 지난 정부 5년간 연평균 8.7%였던 총지츨 증가율을 5.2%로 줄여 재정 정상화를 실시하고, 법인세 최고세율 3%포인트 인하 등을 통해 민간 중심의 경제 활성화를 도모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예산안 발표 후 민주당은 ‘취약계층 지원 예산이 삭감됐다’며 즉각 반발했다. 이후 대통령실 관련 예산은 삭감하고 민생을 살리기 위해 지역화폐 예산 부활과 노인 일자리 예산 증액 등을 요구했다. 국회에선 대통령실 용산 이전과 경찰국 신설 등을 두고 초반부터 신경전이 이어졌다. 법인세 인하, 금융투자소득세 2년 유예 등 세법 개정안도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예결위 법정 활동 기한인 11월 30일까지 심사를 마치지 못했다.

예산안 법정 처리 시한인 12월 2일까지 합의에 실패한 여야는 양당 정책위의장, 예결위 간사로 구성된 ‘2+2 협의체’, 양당 원내대표까지 참석한 ‘3+3 협의체’ 등을 가동했다. 하지만 예산안은 2014년 국회 선진화법 도입 이후 처음으로 정기국회 회기 내 내년도 예산안 처리에 실패했다. 경제팀 수장인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 9일 기자회견을 열어 ”국회에 정부가 제시할 수 있는 모든 양보 타협안을 제시했다”며 국회의 결단을 촉구했다.

야당의 독자 수정안 제출, 사상 초유의 준예산 사태에 대한 우려까지 나왔지만, 결국 여야 원내대표는 22일 비공개 회담을 열어 △법인세 구간별 세율 1%포인트 인하 △경찰국·인사정보관리단 예산 50% 감액 △지역화폐 예산 3525억 편성 등에 합의하면서 늑장 처리됐다.

주요항목 졸속 처리…지역구 챙기기만 바빠

여야 정쟁이 계속되면서 정작 내년 경제 정책을 운용하기 위한 예산안이 졸속 처리됐다는 비판도 나온다. 예산안을 총괄하는 기재부는 국회 본회의가 열린 23일 당일 오전까지도 구체적 합의 내용을 받지 못해 관련 후속 행정 작업이 늦어졌다. 지역화폐 등 지방비와 맞춰야 하는 국고 보조사업들이 늦게 확정돼 정작 지자체 대응이 늦어지게 됐고 법인세 인하는 막판 결정돼 예상 세수 효과 등도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다.

세법 개정의 경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에서 법안을 검토하는데 올해 조세소위원장 인선 등으로 파행이 빚어져 제대로 검토가 이뤄지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에 소위에서 논의한 법안은 300개가 넘는데 법안 1개당 논의 시간은 5분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국회 논의를 거쳐 수정된 내년도 예산을 보면 민생보다는 정치적 명분 쌓기와 지역구 챙기기에 더 큰 주안점을 뒀다는 의심을 거두기 어렵다. 민주당이 대표 성과로 꼽은 지역화폐의 경우 원래 코로나19 이전에는 국고 보조 없이 지자체가 자체 예산을 활용해 시행하던 사업이다. 정부는 지역화폐 발행액 4%를 국고로 지원했는데 다시 지자체가 자체 시행하면 된다는 판단에 관련 예산을 삭감했으나 이재명 대표를 필두로 한 야당 반발에 다시 부활하게 된 것이다.

증액 예산의 상당 부분은 민원성으로 보이는 지역구 사업이 차지했다. 국토교통부 증액 내역을 보면 지역 관련 도로·철도 등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이 3045억원 증액됐다. 주요 사업을 보면 도담~영천 복선전철(234억원), 춘천~속초 단선전철(207억원), 서해선복선전철(200억원), 양산도시철도 건설(150억원) 등이 100억원 이상 증액됐다. 이중 정부안에 없다가 새로 등장한 사업만 387억원 규모다. 세부적으로는 김천~구미 국도 건설(79억원) 문경~김천 철도(50억원) 등이 있다.

환경부에서도 지역과 관련한 예산 사업이 1327억원이나 증액됐다. 순창·천안 등 공공폐수처리 시설, 울산 산업단지완충저류시설, 김천·시흥·고흥 등 하수처리장, 하수관로 정비 등 새로 편성한 사업이 이중 1075억원에 달했다.

매년 반복되는 밀실 협상과 쪽지 예산을 근절하기 위해선 투명한 논의 과정 공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사실상 국회의 모든 증액·감액 논의는 공식 석상이 아니라 비공개 밀실 협의체에서 대부분 다뤄지고 있다”며 “공개 수준·범위의 사회적 협의가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비공개 밀실 협의체에 대한 속기록 작성은 즉시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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