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평구 한국지질자원연구원장은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우리나라가 ‘지진 안전지대’라는 통념에서 벗어나 지진을 재해의 하나로 보고 면밀하게 대비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경주·포항지진을 계기로 전문가들이 우리나라에서 규모 6 이상의 지진이 일어날 수 있다는데 공감대가 형성됐고, 앞으로 실현 가능한 과학적 대비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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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측은 어렵고, 대비가 중요
그는 정확한 지진 예측은 사실상 현 과학기술 수준으로 어렵고, 대비를 위한 연구에 집중하는 게 효율적이라고 했다. 지질자원연이 지진관측을 위해 지난 30년 동안 지진관측 시스템을 구축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52개소 지역관측소, 2개소의 해저지진계, 8개소의 지진·공중음파 관측소를 비롯해 국제 공동 관측소도 20개소를 운영하고 있다.
이평구 지질자원연 원장은 “기상예보와 같은 수준의 지진 예측이 어렵더라도 30~50년 단위에서 예측 가능한 발생확률과 가능성 있는 지점을 연구해서 국가기관과 국민에게 지진재해정보를 알려줘야 한다”면서 “우리가 하려는 연구분야도 지진재해를 알려주고, 관련 연구를 통해 지진 대피 골든타임을 확보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주지진 원인 조사..전국 단층 지도 만들 계획
가령 지질자원연이 만든 지질도(1:25만 비율)에는 서북서·동남동 방향에 단층이 있다고 기록돼 있다. 이 단층은 괴산지진의 원인으로 추정되고 있다. 지질자원연은 앞으로 충청권과 수도권 단층도 조사해 지도로 만들 계획이다.
지진 발생 이후를 대비하는 연구도 서두르고 있다. 지진조기경보시스템도 경주지진 당시에는 26초였는데 포항지진에서 19초까지 줄였다. 그런데 앞으로 규모 5이상의 지진에 대해 5~10초까지 줄일 계획이다.
이평구 지질자원연 원장은 “수백~수천 년의 오차를 가질 수도 있는 대략적인 과거 지진 발생시기를 추정할 고지진 연구와 함께 지형, 지표, 야외지질조사 등을 통해 과거 지진 원인분석과 앞으로 발생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다”면서 “지진은 시간과의 싸움이기 때문에 정부부처와 지자체의 지원과 국민의 인내, 연구진의 노력이 더해지면 지진도 충분히 피할 수 있는 ‘특이한 일상’으로 자리잡아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