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30만원 간다더니…부랴부랴 목표가 내린 증권사들

9월까지 환율효과 등 최대 실적 전망했던 증권사
한달만에 목표가 낮추고 부정적 코멘트
충당금 돌발 악재 아닌데 부진한 실적에 뒷북 목표가 하향
  • 등록 2022-10-26 오전 5:03:00

    수정 2022-10-26 오전 5:03:00

[이데일리 안혜신 기자] “당초 예상보다 우호적인 환율, 인센티브 하락, 가격 인상 기조가 지속된 가운데 6월 이후 국내 출하 개선과 함께 수출이 확대되며 환율 효과를 극대화했을 것으로 전망한다” (9월30일 현대차증권 현대차 리포트 중)

“원가상승 최대 반영, 미국 금리의 급격한 인상으로 현대캐피탈 아메리카(HCA) 수익성 악화가 기대보다 컸다” (10월25일 현대차증권 현대차 리포트 중)

25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전날 기준 현대차의 증권사 평균 목표주가는 25만3571원이다. 이에 따른 같은 날 현대차 주가(16만1500원)와의 괴리율(현재 주가와 목표주가와의 차이)은 36.3%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지난달 9월30일 당시 현대차증권은 현대차(005380)에 대한 목표주가를 30만원으로 유지했다. 하지만 채 한 달도 안 된 이날 리포트에서는 슬그머니 목표가를 24만원으로 낮췄다.

현대차증권 뿐만이 아니다. 신한투자증권 역시 지난달 27일 현대차에 대해 ‘업황이 견조하고 환율 효과로 3분기 실적에 대한 눈높이가 올라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당시 제시한 목표가는 26만원이었지만 이날 22만원으로 목표가를 낮춰 잡았다. 유안타증권도 지난 7월 29만원으로 상향한 목표가를 이날에서야 부랴부랴 24만원으로 하향했다. IBK투자증권 역시 지난 1월 30만원이던 목표가를 전날 26만원으로 낮췄고, 한국투자증권도 지난달 13일까진 30만원으로 목표가를 제시했지만 이날 26만원으로 목표가를 조정했다.

증권사들이 뒤늦게 현대차에 대한 목표가를 낮추는 가장 큰 이유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 실적이다. 전날 현대차는 3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1조5518억19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4% 감소했다고 공시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37조7054억4200만원으로 30.6% 늘었고 순이익은 1조4114억9000만원으로 5.1% 줄었다. 세타엔진 품질비용 1조3602억원이 반영되면서 예상보다 부진한 실적을 냈다.

다만 현대차그룹은 지난 19일 이미 공시를 통해 3분기 세타엔진에 대한 품질비용(추가충당금) 설정 계획을 발표했다. 실적 부진의 가장 큰 이유였던 이번 추가충당금 이슈가 예정에 없는 새로운 소식은 아닌 셈이다. 당시 NH투자증권은 ‘2020년 이후 추가적인 대규모 충당금 설정에 따른 신뢰도 하락이 가장 아쉬운 부분으로 주가 측면에서 단기부정적 영향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부정적인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다만 당시에도 목표가 조정이 이뤄지지는 않았다.

증권가가 제시하는 목표가와 실제 주가간 괴리는 하루이틀 발생하는 일은 아니다. 특히 최근처럼 변동성이 극심한 장에서는 목표가를 정확하게 제시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 하지만 주가가 오를 때는 마냥 오를 듯이 장밋빛 전망만을 제시하다가 정작 부진한 실적이 나오니 뒤늦게 목표가를 조정하는 ‘뒷북 조정’에 대한 비판은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다른 종목들도 마찬가지다. 전날 기준 삼성전자(005930) 주가와 목표가 괴리율은 24.15%, SK하이닉스(000660) 24.19%로 20% 이상 벌어져 있다. 네이버(035420)카카오(035720)의 경우는 괴리율이 각각 46.29%, 39.88%에 이른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증권가의 목표가 뒷북 조정은 오늘 내일 일은 아니다”라면서 “하지만 뒷북 조정이 되풀이 된다면 증권사 리포트에 대한 신뢰를 스스로 떨어뜨리는 격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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