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 지금은 인내의 시간[데스크의 눈]

가파른 금리인상에 부동산 침체 장기화
구조적문제 드러나는 시장 위기 닥쳐와
전문가 "경제 위기, 이제 시작 단계일뿐"
  • 등록 2022-09-26 오전 5:00:00

    수정 2022-09-26 오전 5:00:00

[이데일리 문승관 건설부동산부장] 지난 22일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 기자실에 방문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최근 금리 상황에 대해 내년까지 고금리 기조가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부동산 시장에도 굉장한 하방·긴축 요인으로 작동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급격한 금리·금융환경 변화에 따라 위기에 몰리는 개인·기업에 대해 어떻게 고통을 완화할 정책을 펼 수 있을지 상당히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현 경제 상황에서 부동산 공급과 주거 복지를 책임지고 있는 주무 부처로서도 방안 마련이 마뜩잖음을 인정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3연속 ‘자이언트 스텝(0.75%포인트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미국의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한미 기준금리 역전 현상이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로 한국은행도 빅스텝에 나설 수밖에 없어 부동산 시장 침체 장기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내외 금리 인상 속도가 가팔라지면서 부동산 시장의 거래절벽과 침체기가 길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 맞닥뜨렸다. 금리 인상으로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연내 7%를 넘어설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금융 부담 우려에 ‘관망세’도 짙어진 분위기다. 최근의 부동산 시장 상황을 ‘어렵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위기’라고 할까. 아무래도 ‘위기’라는 데 이견은 없을 듯하다. 당장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난다면 모를까 아직 위기는 오지 않았다는 전문가의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서울 시내 부동산중개업소의 부동산 매물 전단 모습. (사진=연합뉴스)
내년 초가 지금보다 훨씬 더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금리 1%포인트 상승 시 15개월 후 아파트매매가격은 최대 5.2% 하락(연간 환산 시 1.7% 내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시장의 급락세가 내년부터 본격화할 수 있다는 의미다. 김경민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지난 2008년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로 촉발한 글로벌 금융위기의 상황과 지금은 위기의 수준이 다르다고 했다. 2008년에는 기준금리가 5%대였는데 기준금리를 2%로 낮추면서 대응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했다. 지금은 기준금리를 계속 인상해야 하기 때문에 앞으로 경제 위기는 더욱 심각해질 수 있고 이제 ‘위기의 시작 단계일 뿐’이라고 경고했다. 기준금리가 현재 2.5%로 금리를 올린 시점으로부터 6~9개월 사이 13%에서 20%까지 부동산 가격이 하락할 수 있다며 기준금리를 더 올린다면 시장 가격은 더 내려갈 수 있다고 했다. 김 교수는 추가 매수 자제는 당연하고 이미 ‘영끌’로 매수했다면 부동산 사이클을 지켜보면서 7~10년은 기다리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일순간의 충격이 아닌 구조적 문제가 드러나는 진짜 위기가 부동산 시장에 닥쳐오고 있다는 의미다. 물가와 통화정책의 장기적 영향과 더불어 성장 둔화에 따른 실질소득 감소라는 이중고를 염두에 두고 불황에 차분하게 대비할 필요가 있다.

작가 박완서는 “고통은 극복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견디는 것”이라고 했다. 수익보다는 안전이 우선이다. 미안하지만 지금도 고통받고 있을 부동산 투자자에게 이리 전하고 싶다. “여력이 된다면 이 위기를 무조건 견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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