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미한 위반도 형벌…공정거래법·산안법 손본다

13일 경제 형벌규정 개선 TF 출범…차관급 모임
14개 범부처, 5개 기준 따라 경제형벌 전수 검토
공정거래법 개정 요구 많을 듯…국회설득 ‘숙제’
  • 등록 2022-07-14 오전 5:00:01

    수정 2022-07-14 오전 5:00:01

[세종=이데일리 조용석 기자] 정부가 경제 형벌규정 개선 활동을 본격 시작한다. 현 규정이 기업활동을 지나치게 옥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자 대책 마련에 나선 것이다. 재계로부터 합리화 요구가 컸던 공정거래법이나 산업안전보건법 등이 주요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다수 형벌조항 개정은 국회 동의가 필요해 야당의 협조 없이는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우려도 나온다.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이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 형벌규정 개선 TF 출범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 = 기획재정부 제공)
14개 부처 참여…5개 기준 따라 경제형벌 전수 검토

13일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과 이노공 법무부차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제 형벌규정 개선 TF(태스크포스)’ 출범회의를 개최했다. TF는 기획재정부 1차관과 법무차관이 공동단장을 맡고 각 부처 차관급 및 민간 법률 전문가가 함께 참여하는 형태다. 기재·법무부 포함 14개 부처가 참여해 사실상 모든 경제형벌을 검토하게 된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달 ‘새정부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할 때부터 경제법령상 형벌이 기업활동을 과도하게 제약하지 않도록 범부처 형벌규정을 개선하겠다고 예고했다. 규제 개선작업과 동시에 과도한 경제 형벌규정도 함께 손질해 민간 중심 투자주도성장을 촉진하겠다는 복안이다. TF는 부처별 소관 법률조항을 전수조사해 형벌규정은 파악한 상태다.

TF는 경제형벌규정 필요성을 5가지 기준에 따라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수술대에 오른 경제형벌은 필요·최소한의 형벌인지, 행정제재 등으로 대체할 수 없는지,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지, 시대변화를 반영하고 있는지 등을 모두 따지게 된다. TF 측은 “개선 불가능 조항은 부처가 5대 기준에 의거해 소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정거래법 개정 요구 많을 듯…국회 설득 ‘숙제’

TF는 서류제출 미비와 같은 생명·안전과 무관한 경미한 위반 등은 형벌을 삭제하거나 행정제재로 전환이 필요한 대표적 예로 꼽았다. 구체적인 법안을 기재하지는 않았으나 대기업 지정 관련 자료제출 누락에 총수(동일인)에게 최대 2년 이하 징역 또는 1억5000만원 이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는 공정거래법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다른 예로 든 단순 행정조사 거부행위에 따른 형사처벌 조항 역시 공정거래법과 관련이 있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이외에도 TF는 기업활동 관련 상해와 사망의 결과를 구분해 법정형을 차등화해야 하지만 일부 경제형벌이 그렇지 않다는 점도 예로 들었다. 재계에서는 산업안전보건법 일부 형벌조항이 사망과 상해를 구분하지 않고 처벌해 비례성을 벗어난 대표적 경제형벌로 꼽는다. TF는 벌금형이 없이 징역형만 있는 경제형벌, 예비나 미수에 그쳤음에도 이를 전혀 감경하지 않는 경우 등도 개선 대상으로 꼽았다. 국내법은 새로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유사한 법을 모방해 만드는 경우가 많아 다수 부처 소관 법률에서 유사한 문제점이 많다는 게 TF 측의 설명이다.

이밖에 재계의 개선 요구가 거센 중대재해처벌법 역시 TF에서 비중있게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각 부처는 소관 경제형벌 조항에 대한 검토를 통해 개선 가능여부 및 개선안 초안을 마련하고 이후 8월부터는 1급 또는 국장급 주재 사전 실무회의에서 타당성을 심의할 계획이다. 이후에도 후속 TF 회의를 수시 개최한다는 방침이다.

일각에서는 형벌조항은 대부분 법개정 사안이기에 국회 설득 없이는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 TF 관계자는 “모든 경제형벌을 없애자는 취지가 아니기에 사회적 합의를 통해 여야가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며 “객관적으로 꼭 필요한 개선을 추진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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