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송주오 기자] “매일 기자들을 만나니 아침 인사를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 하하하”.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0일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하며 웃어 보였다. 윤 대통령은 취임 후 줄곧 출근길 약식회견인 ‘도어스테핑’을 하고 있다. 그동안의 정치 문법을 깬 파격적인 소통 행보다. 윤 대통령은 이를 통해 ‘국민 대통령’이란 이미지를 쌓아가고 있다.
| 취임 한 달을 맞은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대통령실사진취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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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은 외부 일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곤, 용산 대통령실로 출근할 때마다 가급적 현관에 서서 취재진과의 즉석 질의응답을 진행하고 있다. 과거 청와대 출입 기자들마저 대통령을 마주치기 어려웠던 것과는 차별화된 모습이다. 취임 이후 13번의 도어스테핑을 했다.
윤 대통령은 민감한 질문이 예상되는 시점에도 기자들 앞에 서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참모 뒤에 숨지 않겠다’는 약속을 실천하기 위해서다. 특히 인사와 관련한 민감한 질문에도 자신의 생각을 여과 없이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날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와 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의혹과 관련한 질문에 “의혹이 팩트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철회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밝혔다. 또 검찰 편향 인사라는 지적에도 거듭 “할 수 있으면 또 할 것”이라며 정면돌파 의지를 나타냈다.
윤 대통령의 도어스테핑은 여소야대 형국에서 야당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기도 했다. 지난달 20일 한덕수 국무총리 인준안 처리를 앞두고서는 “협치를 염두에 두고 지명했다”며 “잘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해 사실상 야당을 압박했다. 결국 국회는 지명 47일 만에 한 총리의 인준안을 가결했다.
여태까지 대통령이 출근길에서 취재진과 질의응답을 진행한 건 유례가 없었다. 권위주의의 상징인 청와대를 국민에 돌려주고 대국민 소통을 늘리기 위해 용산 대통령실을 선택했던 그 결단의 연장선이라는 분석이다.
이미 미국 백악관도 전용 헬기장이 가까이 있는 사우스론(South Lawn)에서 취재진과 대통령이 수시로 문답을 하며, 일본 역시 총리가 출퇴근길에 취재진 질문에 응대하는 ‘부가사가리’(매달린다)가 있을 정도다. 윤 대통령도 이같은 해외 사례를 참고해 벤치마킹을 주문했다.
다만 윤 대통령은 취임 소감 질문에는 말을 아끼고 있다. 그는 “일이 중요하지 무슨 한 달 되고 백일 되고 한다 해서 특별한 의미 둘 필요가 있나”라며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