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지 않는 기술주 사랑…서학개미 5월도 레버리지 '줍줍'

나스닥100·반도체 3배 추종 ETF 순매수 상위
국내 상장 美ETF도 손길…낮은 가격에 베팅
"기술성장주, 금리상승기 취약…단기 불확실"
"중장기 접근 유효…레버리지 변동장세 유의"
  • 등록 2022-06-02 오전 12:15:00

    수정 2022-06-02 오전 12:15:00

[이데일리 이은정 기자] 매크로(거시경제) 변수에 일희일비하는 장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서학개미’들은 글로벌 기술주에 꾸준히 손길을 뻗고 있다. 금리 인상 국면에 민감해 급등락세를 보이지만, 바닥권에 이른 가격에 베팅하려는 수요가 늘고 있다는 해석이다.

전문가들은 기술 성장주의 단기 업황 불확실성을 예측하기 쉽지 않다는 점에서 중장기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봤다. 특히 고위험 상품군인 레버리지는 변동성 장세에서 손실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하라고 조언했다.

美나스닥·반도체 3배 ETF 손길…“변동장 레버리지 유의”

1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5월 한 달간 국내 투자자들은 해외 증시에서 테슬라를 10억3567만달러 순매수했고, ‘프로셰어 울트라프로 QQQ ETF’(4억2808만달러)를 다음으로 많이 사들였다. 해당 ETF는 나스닥 100 지수 수익률을 3배로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다. 3위는 애플이었다. 10위권 내에는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를 3배 추종하는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불 3X’ △미국 기술주 10개 종목을 3배 추종하는 ‘BMO 마이크로섹터 FANG+인덱스 3X 레버리지 ETN’ △나스닥100 지수를 2배 추종하는 프로셰어 울트라 QQQ ETF 등이 이름을 올렸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서학개미들의 순매수 상위에 기술주와 기술주 관련 레버리지 상품군이 대거 이름을 올린 것이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100 지수는 올 들어(5월 말 기준) 23.39% 하락했다. 지난 한 달간은 3.32% 하락했는데, 이 기간 하루 동안에만 5% 넘게 빠졌다가 3%대 상승하는 등 급등락세를 이어갔다.

기술 성장주는 금리 인상에 취약해 상대적으로 변동성이 더 크게 나타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긴축에 나섰지만, 공급 불확실성이 크다. 중국 상하이시는 이달(1일)부터 ‘제로 코로나’ 봉쇄를 사실상 해제했지만, 전문가들은 추후 재확산세가 나타날 수 있어 안심하기엔 이르다는 평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는 물가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최악의 시나리오인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상승) 현실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인플레이션 정점 통과를 가늠할 주요 경제지표에 따라 증시도 출렁이는 양상이다.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공급 측면 악재가 해소되지 않는 이상 금리 인상 등 통화정책만으로 인플레이션을 통제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변동성 장세에서 레버리지 상품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김동영 삼성증권 글로벌투자전략팀 연구원은 “레버리지 상품은 변동성이 커질수록 누적수익률 하락 현상이 발생해 장기보단 단기 대응이 유효하다”고 조언했다.

“단기 불확실성 예측 어려워…중장기 성장 접근 유효”

국내에 상장된 해외 기술주 ETF에도 자금이 몰리고 있다.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5월 개인투자자는 유가증권시장에서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미국나스닥100’ ETF를 619억원 순매수했다. 이 외 △‘TIGER 미국테크TOP10’ △삼성자산운용의 ‘KODEX 미국나스닥100레버리지(합성H)’ △한국투자신탁운용의 ‘KINDEX 미국나스닥100’ 등이 ETF 순매수 상위에 포함됐다.

또 글로벌 반도체에 투자하는 ETF도 관심을 받고 있다. 개인은 이 기간 ‘TIGER 미국필라델피아반도체나스닥’, ‘TIGER 미국필라델피아반도체레버리지(합성)’을 합쳐 약 227억원 사들였다. 반도체 산업은 연초 이후 팬데믹 수혜로 인한 높은 기저, 정보기술(IT) 소비 둔화 등 영향으로 실적 눈높이가 낮아졌다. 중국 락다운으로 인한 공급망 병목 현상도 심화됐다. 최근엔 글로벌 반도체 대장주 엔비디아가 실적 가이던스 하향 조정에 시간외거래에서 약 10% 급락했다가 이튿날 5% 급등 마감하는 등 극심한 변동성을 보였다.

투자자들이 낮아진 가격과 중장기 성장에 주목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김지연 미래에셋자산운용 글로벌ETF운용팀 매니저는 “반도체 섹터 주가가 바닥권에 진입하자 베팅하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며 “올 하반기엔 글로벌 파운드리 업체 생산시설 증설 완료에 비메모리 공급 부족이 상당 부분 해소,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경쟁에 따른 투자 확대, 핵심 기술 가치가 재차 부각되고 중국 락다운 해제와 경기부양으로 IT 수요도 탄력받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단기 불확실성이 여전한 만큼 중장기 관점 접근이 유효하다고 봤다. 김 매니저는 “그러나 단기적으로 반도체 공급 부족, 미·중 반도체 패권 분쟁 격화 등 여러 변수를 예측하기 쉽지 않다”며 “불확실성 해소 조짐이 뚜렷해지는 장기적 관점으로 반도체 산업을 바라보길 권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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