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지웅·서난이 더불어민주당 청년선대위 공동위원장은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옳다`는 태도로 변화에 기민하지 못했던 점에 대한 자성에서 출발해야 한다”며 이같이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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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선 후보와 함께 선두에 서서 청년들의 목소리를 가장 낮은 곳에서 듣겠다는 이들은 “180석이라는 거대 의석을 차지했지만 복잡다단한 청년의 이야기를 담아내지 못한 채 울타리 안으로 밀어넣으려 했다”면서 “결과적으로 청년 세대에게 인식된 민주당은 ‘꼰대’와 ‘위선’이었다”고 비판했다.
쇄신의 일환으로 민주당은 지난달 24일 ‘다이너마이트’ 청년선대위를 발족했다. 선대위 내에는 ‘꼰대짓 그만해 위원회’도 개설했다. 차기 대선 ‘캐스팅보터’로 떠오른 2030세대의 목소리를 날 것 그대로 듣겠다는 취지에서다.
공동위원장을 맡은 이들은 2030세대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리스너 프로젝트’를 적극 활용할 방침이다. 리스너 프로젝트는 300명의 청년들이 다른 시민을 찾아가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 데이터를 모아 청년 정책을 세세하고 꼼꼼하게 세우기 위해 시작됐다.
이재명 후보의 청년 행보도 적극 독려할 예정이다. ‘표심 얻기’라는 비판이 있을지언정, 청년들에게 시간을 할애하지 않고서는 제대로 된 정책을 설계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들은 “청년 세대는 다른 시민단체보다 조직력이 떨어지기에 오히려 삶의 경계에 있는 청년들에게 먼저 다가가 이야기를 듣는 것이 그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남혐여혐 둘 다 싫어 위원회’도 함께 개설해 이번만큼은 젠더 갈등을 절대로 도외시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기존과는 다르게 혐오를 강조하지 않는 방향으로 이끌어 갈 예정이다.
이들은 성별 간 혐오가 생긴 배경 중 하나로 ‘여유의 부재’를 꼽았다. 삶의 여유가 부족해지면서 자신의 지위를 위협받게 되자 서로를 배척하는 습관이 생겼다는 것이다.
권 위원장은 “성별에 따라 어떤 위협을 겪고 있는 것은 분명한데, 서로에게 ‘여성이 대체 어떤 차별을 받고 있느냐’ 혹은 ‘우리 사회에서 남자가 무슨 차별을 받느냐’고만 한다면 대화 자체가 안되고 해결책을 찾기가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서 위원장은 “다양한 의견들을 제시하면서 특정한 환경에서 차별받지 않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제일 중요하기에 위원회 운영 방향도 자유로운 공론장을 만드는 쪽으로 갈 것”이라 전했다.
무엇보다 발상의 전환, 현실에 근거한 정책 마련을 강조했다.
이들은 “결혼을 해야만 얻을 수 있는 혜택, 다인 가구여야 누릴 수 있는 혜택은 1인 가구가 대부분인 청년에게 좌절을 안겼다”면서 “1인 가구여도, 결혼을 하지 않아도, 정규직 아닌 프리랜서로 일해도, 서울이 아닌 지방에서도 미래를 위한 꿈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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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권지웅·서난이 공동위원장과의 일문일답.
- 중앙당 선대위 산하가 아니라 독립적으로 운영한다고 했는데 그 의미는.
△서난이(이하 서)/핵심은 의사결정을 독립적으로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존 선대위는 단계적 검토가 이뤄져 위험 요소를 줄일 수는 있었지만 시의적절하게 의사결정을 못해 많은 문제를 다룰 수 없다. 선대위에 소속돼 있으면 여러 단계를 거쳐 확인·결재를 받아야 하는데 그 절차가 훨씬 간소화 돼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부분으로 진행할 수 있다. 실제로 지금 `리스너 프로젝트`와 기자회견까지도 독자적으로 진행해왔다.
△권지웅(이하 권)/사회와 제도·법·정치는 똑같은 속도로 변하지 않는다. 보통 한 발짝 느리다. 청년이 변화된 사회에 더 예민하게 반응한다. 1인 가구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 1인 가구의 삶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는 말이 4인 가구에 사는 사람이 아닌 실제 1인 가구인 사람의 입에서 나와야 한다. 청년들의 고충을 청년선대위에서 듣고 세심하게 다루려 한다.
- 그간 민주당이 가장 부족했던 부분은 무엇이었다고 보나.
`MZ세대`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보니 당 이미지로 “위선이다”라는 말을 많이 하더라. 특정 사건이나 계기 보다는 누적된 이미지가 있었던 것 같다. 이런 부분을 어떻게 쇄신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권/ `내 말이 대체로 옳다`라는 태도가 있었다. 여당으로서 어떤 결정을 했을 때 국민에게 설명해야 할 의무가 있는데 제때 하지 못한 것 같다. 부족한 점이 있었다면 왜 틀렸는지 고민해보고 돌이켜야 했다. 노력을 안 했다고는 못하겠지만 국민의 기대에 못 미치면 못 한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부동산 문제부터 시작해 중대재해처벌법도 (법안이) 통과했지만 과정이 더딘 부분이 있었다.
- 이를 개선하기 위한 청년선대위의 활동 계획은.
△서/ `할 말은 합니다` 라는 키워드로 진행하려 한다. 만약 사과가 필요하다고 느껴지면 즉각 사과하고 반응하는 태도를 견지하려 한다. 또한 `리스너 프로젝트`로 그간 대표되지 않는 청년들, 보통의 삶을 묵묵히 살아가고 있는 청년들의 이야기를 현장에서 많이 들어보려 한다. 그 목소리들로 빠르게 변화시킬 수 있다면 청년선대위에서 즉각적으로 바꿀 것이다.
얼마 전 스토킹 범죄와 관련한 기자회견을 했는데,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들을 지켜낼 수 있는 법안이 빠르게 진행돼야 겠다고 생각했다. 법은 시행됐지만 보완 대책들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하기에 이런 부분에 대해서도 대응하려 한다.
권/근본적으로 부동산과 직업에 대한 시각을 변화시키고 싶다. 현재 한국 사회는 기존 울타리 속에 들어와야만 혜택을 볼 수 있는 구조다. 예를 들어 결혼을 해야지만 얻을 수 있는 혜택이 너무나 많다. 그러나 청년 세대 대부분은 1인 가구로 살고 있다. 1인 가구인 채로도 좋아야 한다. 또 정규직이 아닌 상태에서도 혼자 일을 하는 자체로 지위를 부여받고 긍정할 수 있는 사회로 변화시키고 싶다. 프리랜서 혹은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사람들도 안정적인 상태로 살아갈 수 있도록 말이다.
- 차기 민주당이 지녀야 할 시대정신은 무엇인가.
△서/다양한 삶의 ‘존중’이다. 획일화 된 정책으로는 지금 청년 세대들을 포용할 수 없다. 나오는 정책들의 면면을 보면 세밀한 정책이 아니라고 느껴질 때가 있다. 플랫폼 노동, 프리랜서 노동자, 비정형화 노동 등 정말 다양한 직업군이 있는 만큼 안정적인 경제적 기반이나 삶의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굉장히 촘촘하게 설계가 돼야 한다.
예를 들어 전주에서 사는 것이 전주를 선택해서 살 수 있어야지 여기서 살아야 해서 사는 것은 안 된다고 생각한다. 어쩔 수 없이 다른 기회를 박탈당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권/진짜로 ‘변화’했으면 좋겠다. 돌이켜보면 2017년도에는 ‘좋은’ 대통령이 시대정신이었다. 지금은 변화를 만들어 낼 사람이 정치권력을 쥐었으면 좋겠다. 이재명 후보든, 윤석열 후보든 지지하는 사람은 다르지만 이번에는 `좋은 말``희망 고문` 말고 진짜 변했으면 좋겠다.
- 이재명 후보가 연일 청년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단순 표심을 얻기 위함이 아니냐는 일각의 비판이 있는데.
△서/비판이 있어도 무조건 만나야 한다. 만나서 듣지 않고는 변할 수도 없고 정책을 설계할 수도 없다. `탁상 행정`처럼 앉아서 쥐어짠다고 효능감 있는 정책이 나오지 않는다. 더 적극적으로 삶의 경계에 있는 청년들을 만나는 자세가 필요하다. 오히려 이런 행보는 더 변화해야 한다. 학생회를 하는 청년들을 만날 수도 있지만 현장 중심으로 더 들어가서 만나야 한다.
최근 부양의 문제로 인해 자기 삶이 굉장히 피폐해진 청년의 이야기를 들었다. 이렇듯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들로 정책이 변화해야 하고 반응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떤 비판이 있더라도 계속 만나야 한다.
권/선거에서 제일 중요한 자원은 후보의 시간이다. 그 시간을 청년들에게 할애한다는 것은 청년들에게 의지를 피력하고 있는 것이다. 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청년에게 일정한 시간을 내는 것에 대해 감사하다. 사실 수많은 시민단체가 다 조직적으로 움직인다. 그러나 청년 집단은 비(非)조직군이 많다. 흩어져 있는 청년들을 계속 만나겠다는 것은 청년을 통해 이 사회를 바꿀 요소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이다. 물을 끓이려면 예열 기간이 필요한 것처럼, 후보가 느끼는 사회와 청년이 꿈꾸는 사회가 조금씩 일치하는 시점이 올 것이라 생각한다.
- 이 후보가 말하는 가난의 이야기가 공감되지 않는다는 의견이 있다.
△권/그런 어려움이 있었던 것은 맞지만 현재는 대통령 후보이고, 성남시장과 경기지사, 그 이전에는 변호사였다. 지금 가난한 사람이 모두 그렇게 될 수는 없다. 그런 지적이나 충분히 공감되지 않는다는 것이 이해는 된다. (이 후보는) 민주당 `아웃 사이드`였을지 모르지만 보통 시민의 입장에서 보면 엄청난 권한을 가진 사람이다. 그것만으로 시민을 설득시킬 수 없다고 생각하고 다만 그래도 봐주셨으면 하는 부분은 후보가 도지사일 때 올해 첫 일정으로 `먹거리 그냥 드림`코너`를 찾았다. 처지가 어려워 먹을 것조차 없는 사람들을 위해 식료품이 쌓여 있는 센터로 그 누구보다 먼저 찾아갔다.
- ‘남혐·여혐 둘다 싫어 위원회’를 조직했다. 남녀 혐오가 실제로 존재한다고 생각하나.
△서/혐오는 존재하는 것 같다. 그렇지만 현재 젠더 이슈는 세대·사회적 환경·경제적 조건에 따라 다양하게 표출돼서 단순화 하기 어렵다. 한 요소가 특정 문제를 발생시키면 그 요소를 제거하면 되는데 젠더 이슈는 단 한 가지 요소의 해결만으로는 풀 수 없다. 때문에 다양한 의견들을 제시하면서 특정한 환경에서 차별받지 않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위원회의 방향도 공론장을 만드는 쪽으로 가지 않을까 싶다.
권/특정 단어를 듣게 되면 바로 혐오라고 규정짓기 때문에 그 다음 말을 듣지 않는 경향이 생기는 것 같다. 여유가 사라지면서 일부의 사람들은 자신의 지위를 위협당한다고 느껴지는 것에 대해 공격적으로 대하고 서로의 이야기를 충분히 듣고 싶어하지 않게 되자 거기서부터 갈등을 빚게 됐다.
여전히 데이트 폭력의 피해자는 압도적으로 여성이 많다. 화장실 가는 것부터, 집으로 가는 길조차 무섭다고 한다. 특별한 일이 아니라 일상인데 어떤 성별이 어떤 위협을 겪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이 주장을 여성이 대체 어떤 차별을 받고 있느냐고 한다면 대화 자체가 안 되는 것이다. 반대로 남자가 사회에서 어떤 차별을 받는다고 말하면 역시 답으로 향하기 어려워진다. 상대가 이야기하는 고충 그대로를 가지고 대화할 여유가 사라진 것이다.
- 최근 이 후보는 젠더갈등이 표현보다는 기회의 부족에 따른 경쟁 문제에서 갈라졌다고 말했다.
△서/현재 상황에서는 예를 들어 50대 남성이 2030 정서와 감정을 완벽하게 읽어낼 수 없다. 그건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현장을 돌면서 청년의 목소리를 듣고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완벽히 일치할 수는 없지만 공감하기 위한 노력이 있다고 본다. 현재 위치에서 부단하게 노력하고 있고 그런 노력을 통해서 청년세대의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한편 후보와 청년선대위 모두 일상의 문제를 폭넓게 다뤄 혐오가 아닌 공존을 이루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에 대해선 서로 일치한다.
- 남녀 혐오, 어떻게 해결해나갈 것인지.
△권/“코끼리는 생각하지마”라고 하면 코끼리가 떠오르는 것처럼 혐오를 생각하면 혐오가 떠오르지 않나. 대선 기간 동안 정치에 기대할 만한 것들을 만들어 혐오의 공간이 자연스럽게 줄어들게 하고 싶다. `스토킹 처벌법`이 현재 더딘 상황인데 이재명 후보든 윤석열 후보든 이 문제를 두고 논의한다면 실제로 더 빠른 진척이 있을 것이다. 실제로 겪은 사람이 이야기를 직접 들려준다면 더 좋을 것이고 이러한 목소리를 채우는 일에 청년선대위가 동참하고 싶다.
- ‘민주당 꼰대짓 그만해 위원회’도 조직했다.
△서/(저도 30대지만) 20대에게 꼰대일 수밖에 없다. 모두가 끊임없이 배워야 하는 상황이다. 5060세대가 바라보기에는 이해하기 힘든 정서가 존재할 것이고 이를 직접 설명하고 얘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꼰대라는 것은 서로가 노력하는 과정이 필요하고 지적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배워가는 자세가 필요하다.
권/나이가 젊다고 꼰대짓을 안 하겠나. 저희의 행위가 누군가에게는 꼰대가 될 것이다. 핵심은 그렇게 느끼는 사람이 우리에게 와서 말해줄 수 있을 것인가다. 말을 했을 때 들을 것 같다는 믿음을 줘야 사람들이 와서 말해줄 것이다. 때문에 저희는 들으려고 노력해야 하고 또 노력할 것이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서/청년선대위가 꾸려지고 나서 굉장히 많은 관심을 보여주고 있다. 정말 열심히 듣고 또 들을 테니 믿고 지켜봐 달라.
권/평소에 정치에 관심 갖지 않은 사람조차 정치에 관심을 갖는 시기가 도래했다. 여기서 쏟아지는 말과 정책으로 5년이 결정된다. 다채로울수록 더 좋은 정부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청년들이 직접 얘기하면 정부가 더 좋아질 것이다.
매번 옳을 수는 없겠지만 더 다양한 목소리가 전해질 때 확률적으로 덜 틀릴 가능성 있다. 이야기가 쏟아질 때 ‘이번에는 바뀔까’라는 기대라도 생긴다. 말도 못한다면 무엇이 새로워지겠나. 청년선대위가 듣고 말하는 역할을 할 테니 좋은 대선을 함께 만들어 갔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