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향한 팬의 일방적인 사랑, 정의할 필요 있나요?"

장편소설 '성소년' 이희주 작가 인터뷰
데뷔작 이어 또 다시 아이돌 팬 주인공
아이돌 향한 광적인 사랑 범죄소설로
"대중적 접근 시도, 독자 해석 궁금해"
  • 등록 2021-11-10 오전 5:00:00

    수정 2021-11-10 오전 5:00:00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그들은 열길 물속보다 어려운 한 길 사람 속을 알고 싶어했다. 그게 사랑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건 그들이 지루해 미칠 것 같던 순간에 요셉이 눈앞에 있었다는 것이다.” (소설 ‘성소년’ 183쪽)

아이돌을 향한 팬의 심리를 예리하게 묘사한 소설 ‘환상통’으로 주목을 받았던 작가 이희주가 5년 만에 새로운 장편소설 ‘성소년’을 발표했다. 이번엔 아이돌을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아이돌 납치에 나선 네 여성의 이야기다. 올해 4월부터 6월까지 웹진 ‘주간 문학동네’에 연재한 소설을 책으로 묶었다.

최근 아이돌 열풍 속에서 아이돌 팬의 이야기를 계속해서 소설로 발표하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최근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만난 이 작가는 “‘환상통’에 이어 또 다시 아이돌 팬이 주인공이라 부담도 없진 않았지만, 장르도 내용도 전혀 달라 걱정을 덜었다”며 “이번엔 대중소설을 의식하고 쓴 점이 가장 다르다”고 전작과의 차별점을 밝혔다.

장편소설 ‘성소년’ 이희주 작가(사진=문학동네)
‘성소년’은 아이돌 요셉의 납치사건을 큰 축으로 삼고 있는 일종의 범죄소설이다. 그러나 소설 속 범죄 사건보다 더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은 요셉을 향한 네 여성 안나, 미희, 희애, 나미의 각기 다른 사랑의 표현이다. 순수한 연애 감정부터 모성애, 질투 등 다양하게 표출되는 감정의 대립이 인상적이다.

제목은 ‘성(聖)스러운 소년’을 의미한다. 파격적인 이야기를 주로 쓴 일본 작가 구라하시 유미코의 1965년 소설 ‘성소녀’에서 따온 제목이다. 요셉의 본명이 ‘요한’이라는 점, 그리고 네 여성이 요셉을 향해 광적인 감정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아이돌의 ‘팬심’(팬을 향한 마음)이 신적인 존재를 향한 광기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팬덤의 어두운 면을 그린 소설이라는 생각도 든다.

이 작가는 독자들이 이번 소설을 특별한 정답 없이 스스로 해석하고 재미를 찾아가길 바랐다. 그는 “대중적인 접근 방식을 시도한 소설이라 독자들에게 이 소설이 어떻게 다가갈지가 더 궁금하다”고 말했다. 네 여성의 광기 어린 사랑에 대해서도 “사랑에 다양한 면이 있음을 보여주고 싶을 뿐이다”라고 설명했다.

이 작가가 아이돌 팬을 주인공으로 하는 소설을 연이어 발표한 이유가 있다. 이 작가 스스로가 열렬한 아이돌의 팬이기 때문이다. 다섯 살 때 그룹 H.O.T의 팬이 된 뒤로 지금까지 줄곧 아이돌을 좋아해 왔다. 코로나19 이전에는 기회가 되면 음악방송 현장도 찾아다닐 정도로 아이돌에 대한 관심이 남다르다.

아이돌의 오랜 팬인 만큼 팬심의 정체에 대해서도 고민해봤을 법하다. 그러나 이 작가는 “팬심은 자연스러운 것이기 때문에 팬심을 정의할 필요도, 그 원인을 찾을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이 작가는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을 굳이 밝히지 않는다. 그는 “나 역시 마음이 가는 아이돌이 없을 때는 잠시 팬심을 접어둘 때도 있다”며 “내가 어떤 아이돌의 팬인지는 내 소설과 상관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데뷔작인 ‘환상통’은 이 작가가 대학 졸업 직전 휴학 시기에 쓴 소설이다. 문학동네 대학소설상을 수상하며 예상 밖의 등단 기회를 얻었다. 이 작가가 전업작가가 된 뒤 발표한 소설은 지난 5월 연작 소설집 ‘사랑의 세계’에 이어 이번 ‘성소년’이 두 번째다. 소설 말미에는 ‘작가의 말’ 이후 영화의 ‘쿠키 영상’처럼 다음 소설에 대한 예고도 담았다. 이 작가는 “5년에 2~3권씩은 꾸준히 책을 내면서 조금은 고집스럽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작가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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