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광양에서 매실 가공품을 만드는 50대 B씨는 지난 11일 ‘라이브커머스’를 통해 매실청과 매실장아찌를 처음으로 판매했다. B씨는 “매년 열리는 매화축제가 취소돼 주변 농가들이 시름에 빠졌는데 비대면 판매가 활력소가 됐다”고 전했다.
코로나19가 골목상권 지형에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온라인 수업, 재택근무 등 ‘비대면 시대’가 도래하면서 자영업자들의 생계도 희비가 갈리고 있는 것. 진입장벽이 낮고 경쟁이 치열해 늘 위기였던 영세 자영업자들은 코로나19 충격파를 온몸으로 흡수해 불안한 민낯이 드러난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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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2월 기준 전국 사업자수 증가율 1위는 오프라인 매장 없이 물건을 파는 ‘통신판매업(35만6776곳)’이었다. 이 통계 집계 이래 역대 최대치다. 전년(27만1383곳) 대비 31.5% 급증한 수치다.
증가율 2위는 펜션·게스트하우스로 전년 대비 18.2% 늘었다. 해외여행이 불가능하다 보니 국내로 여행 수요가 몰리면서 관련 사업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골목상권에서 채소와 생선가게는 전년 대비 각각 8.6%, 7.3% 늘었다. ‘집밥’ 소비가 늘어난 영향으로 분석된다. 영세 자영업의 대표업종인 편의점도 7.4% 증가했다. 편의점은 이미 골목에 한두개 이상 자리한 ‘레드오션’ 시장이지만, 진입이 손쉬워 퇴직에 몰린 중장년층 중심으로 창업이 이뤄진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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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사업자수 감소율 상위 5위권에 예식장(-7.0%), 구내식당(-6.3%), 여행사(-5.3%)가 포함됐으며, 노래방(-5.1%), 당구장(-1.3%), PC방(-1.3%), 문구점(-1.2%) 등도 감소세를 나타냈다.
코로나19가 바꾸고 있는 골목상권 지형도가 큰 경제·사회적 부담이 되기 전에 조치에 나서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양극화 심화를 막기 위해 재정정책의 타깃은 취약 부문에 집중돼야 한다”며 “영세 자영업자 비중이 높으면서 대면 중심인 도·소매, 음식·숙박, 개인서비스 업종에 대한 세밀한 대책을 통해 방역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업황 경기 유지가 가능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