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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직장갑질119는 지난 2일부터 11일까지 보육교사 5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직장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지난 1년간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했다는 응답은 63.2%(316명)로 지난 10월 전체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의 같은 응답률(36.0%) 대비 1.75배 높게 나타났다.
대다수 보육교사가 직장 내 갑질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괴롭힘 발생 시 49%가 ‘참거나 모르는 척 했다’고 답했다. 특히 괴롭힘 가해자는 원장 또는 이사장 등 어린이집 대표인 경우가 70.6%로 가장 많았다
보육교사 A씨는 원장이 험담을 하거나 각종 비용도 지급하지 않는 것 뿐만 아니라 연차 사용도 금지했다고 토로했다.
A씨는 “연차를 사용해 남자친구와 여행을 갔는데 원장님이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을 보고 ‘결혼도 안 한 아가씨가 남자랑 여행을 갔다’며 동료교사와 학부모들에게 험담을 했다”고 말했다.
이후 이 사실을 알게 된 A씨는 “수치스러웠고 모욕감을 느꼈다”며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사진을 올리는 건 자유인데 왜 잘못한 것처럼 느껴지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B씨는 “구청에서 수탁한 어린이집이라 구청에 민원을 넣어도 노동청으로 가야 한다”며 “신고하고 민원을 넣었다는 이유로 원장으로부터 더 심한 괴롭힘에 시달렸다”고 말했다.
“고통분담” 어린이집 원장, 보육교사에 ‘페이백’ 갑질
직장갑질119가 발표한 어린이집 등 보육교사의 처우 실태 조사에서 드러난 또 다른 문제점은 보육교사 91.5%가 하루 8시간 근로계약을 맺고도 실제 근무시간이 8시간을 초과한다는 것이다.
법에 따라 8시간 이상 일하면 1시간 이상의 휴게시간을 부여받아야 하지만 응답자의 79.9%가 ‘제대로 된 휴게시간을 부여받지 못했다’고 답했다.
아울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어린이집 10곳 중 4곳 꼴로 원장이 보육교사에게 급여를 되돌려 받는 페이백을 요구한 곳도 있었다. 원장은 대체로 페이백을 위해 현금으로만 받고 차명계좌까지 동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부 어린이집 원장들이 보육교사에게 월급을 일부 돌려받는 이른바 ‘페이백’을 강요한 사실이 알려진 뒤 정부가 신고처를 운영하고 있지만, 피해자 보호는 미흡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공공운수노조 보육지부 측은 일부 교사가 관계기관에 신고했지만 정작 담당 공무원은 어린이집 원장에게 자체 해결이나 구두로 시정권고하는 데 그쳐 부실조사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어린이집의 경우 작은 규모의 사업장이 많아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해도 신고할 엄두를 내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직장갑질119 관계자는 “5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해도 신고할 엄두를 내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가해자에 대한 처벌조항과 조치의무 불이행에 대한 규제가 없는 반쪽짜리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때문에 어린이집 보육교사들이 ‘갑질 원장’으로부터 고통받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