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지환 집 좋다고 했다가 ‘꽃뱀’된 피해자

  • 등록 2020-08-22 오전 12:30:55

    수정 2020-08-22 오전 12:30:55

[이데일리 김소정 기자] 여성 스태프들을 성추행 및 성폭행한 혐의로 2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배우 강지환(본명 조태규·42)이 판결에 불복해 상고했다.

이러한 가운데 범행 전 피해자 행동, 강지환 집 CCTV 영상, 피해자와 지인이 나눈 카카오톡 등이 최근 언론을 통해 부각돼 피해자들이 2차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강지환 (사진=스타인)
강지환은 지난해 7월 9일 여성 스태프들과 함께 경기도 광주시 오포읍 자택에서 술을 마신 뒤 A씨를 성폭행하고 B씨를 성추행한 혐의(준강간 및 준강제추행)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강지환은 모든 혐의를 인정한다는 내용의 사과문도 발표했다.

지난해 12월, 1심 재판부는 강지환에 대해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1심은 강지환이 후회와 반성을 하고 있으며 피해자들과 합의했다는 이유로 이같이 선고했다. 합의서에서 강지환은 ‘자신의 잘못에 대해 깊이 사죄한다’라고 했다.

하지만 강지환 측은 항소했다. 준강간 혐의는 인정하되 준강제추행 혐의는 부인했다. 지난 6월 2심 재판부는 “1심 선고의 형을 파기할 만큼 너무 많거나 적다고 판단되지 않는다”라며 원심과 같은 판결을 내렸다.

강지환 측은 항소심 판결도 불복해 상고를 결정했다. 그 이유는 18일과 19일 언론 보도를 통해 공개됐다.

강지환의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유한) 산우의 심재운 변호사는 18일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준강간 피해자 A씨에게서 중요 증거인 강지환의 정액이나 쿠퍼액 등 DNA가 발견되지 않았다. 강제추행 피해자 B씨의 속옷 속 생리대에서 강지환의 DNA가 발견됐는데 이는 강지환이 샤워한 B씨의 의류와 물건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옮겨갔다고 판단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강지환은 왜 모든 혐의를 인정했나

심 변호사는 19일 YTN과의 인터뷰에서 “강지환이 아무 것도 기억나지 않아 긍정도 부정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며 “피해자의 말도 있고, 비난도 받는 상황에 소극적인 태도로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지환 측은 또 현재까지 밝혀진 증거와 피해자 주장에 모순이 있다고 지적했다.

피해자는 사건 당시 경찰에 신고하려고 했지만 전화가 터지지 않아 개방형 와이파이를 이용해 지인들에게 ‘도와달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연락을 받은 지인이 112에 피해자들이 ‘갇혀있다, 구해달라’는 내용으로 신고했다. 피해자가 지인들에게 13차례 통화를 시도한 발신 기록도 이미 사건 초기 공개됐다.

하지만 심 변호사는 “확인 결과 통화도 잘 되고 카톡도 잘 터지더라”고 반박했다. 이어 “피해자들의 진술이 일관되지 않는다”라며 “원심에서도 주 목격자인 B씨 진술의 모순성을 계속 다퉈왔으나, 어떠한 이유에서인지 법원은 별다른 근거 없이 이를 배척했다”라고 주장했다.

심 변호사는 “법리적으로 제도 내에서 최대한 다툴 수 있는 만큼 다투려 한다. 대법원에 60페이지 가량의 상고이유서를 제출했고 이 상태로 저희는 선고를 받을 예정이다”라고 강조했다.

‘강지환의 상고= 피해여성은 꽃뱀?’

강지환의 운명은 대법원으로 넘어갔다. 하지만 법적 판결과 관계없이 강지환의 상고로 인해 피해자들은 2차 피해를 입고 있다.

강지환 측 인터뷰와 함께 18~19일에는 사건 발생 전 피해자의 행동이 언론에서 부각됐다. 피해자는 지인에게 으리으리한 강지환 집을 언급했고, 강지환에게 감사의 의미로 받은 돈 액수를 확인했고, 강지환이 잠든 사이 샤워하고 하의는 속옷만 입은 채 집을 구경했다고 한다.

배우 강지환 2심 재판과 관련해 포털사이트에서는 피해자들을 비난하는 2차 가해가 이뤄지고 있다.
심 변호사의 인터뷰를 최초 공개한 매체는 “집이 왜케 좋아 XX” 강지환 사건…CCTV·카톡 공개로 새국면→3심 대반전 나오나라는 헤드라인을 뽑았다.

피해자는 사건 발생 약 12시간 전 지인에게 ‘강지환 집 3층인데 루프탑부터 수영장, 온천 다 있다. 집에 엘리베이터 있더라. 쩐다’라고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다.

이 보도가 나간 후 피해자는 온라인에서 ‘꽃뱀’ 취급을 받는 등 2차 피해를 당했다. 피해자가 강지환 집을 보고 재력을 실감했고, 그에게 누명을 씌웠다는 거다. 트위터, 온라인 커뮤니티, 기사 밑 댓글에는 ‘강지환이 당했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물론 강지환 측은 2차 피해를 의도하지 않았다. 심 변호사는 19일 스포티비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여론전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그런 의도는 당연히 없었다”라며 “여론전은 1심이나 항소심에서 하는 게 가장 유리하고 현명한 선택이다. 강지환 씨가 ‘그건 절대 싫다’고 했고, 누가 조언해도 ‘여론전은 하지 않겠다’고 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저희도 이번에 언론사로부터 처음 연락을 받았을 때 일부러 팩트만 말씀드렸다. 그 저변에 있는 증거가 없는 다른 내용들은 굳이 전하지 않고 담백하게 전했다“며 ”여론전에 대한 의도는 전혀 없었다. 있었다면 항소심에서 했었어야 했다”라고 강조했다.

강지환 측 의도와 달리 이미 여론은 뒤바뀐 분위기다. 피해자 측 법률대리인 박지훈 변호사는 18일 스타뉴스와의 인터뷰에서 “1심의 변호인이 ‘피해자의 주장인 준강간 및 준강제추행 혐의를 강지환 측이 모두 인정한다’는 전제로 우리와 합의서를 작성했다. 그런데 왜 이제 와서 입장을 번복하는지 모르겠다”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어 “DNA 확인 결과 강지환의 DNA가 나오지 않았다고 하는데, 아주 직접적인 신체 접촉을 하는 경우 DNA가 안 나오는 경우가 있다. 이와 유사한 경우였지만, 강간 사건으로 인정된 국내의 판례가 있다”며 “재판부는 강지환의 DNA가 발견되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준강간 및 준강제추행 혐의에 합당한 부분이 있어 2심까지 그런 판결을 내린 것”이라고 반박했다.

대법원, 어떤 판결 내릴까

검사 출신 김경진 전 의원은 19일 JTBC ‘사건반장’에서 “진행되는 걸 지켜봐야 하는데 상고장 내용만 보면 강지환 주장이 그럴 듯해 보인다. 그러나 피해자 말에 의하면 카카오톡 내용은 본인들이 제출을 했고, 카톡 내용 전부가 다 제출된 건 아닌 거 같다. CCTV도 결정적인 장소는 촬영되지 않았다. 앞뒤 상황과 가장 핵심적인 순간은 빠져 있기 때문에 그거는 다른 문제다”라고 말했다.

이어 “본인은 억울하다고 상고는 했지만 1심, 2심 일정 정도 재판에서 충분히 다뤄졌고 법관도 그 부분을 염두에 두고 재판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어서 대법원 재판 과정을 지켜봐야 한다. 지금 이 순간 강지환 주장만 믿고 판단하기는 빠른 게 아닌가”라고 덧붙였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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