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살려놓으세요"...의암댐 전복 사고 유족, 靑청원 '호소'

  • 등록 2020-08-09 오전 1:40:58

    수정 2020-08-09 오전 1:40:58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아빠의 억울함을 꼭 풀어 드리고 싶습니다. 아뇨 우리 아빠 살려 놓으세요.”

강원 춘천시 의암댐 선박 전복 사고로 사망한 기간제근로자 A(69)씨의 딸이라고 밝힌 누리꾼이 지난 7일 청와대 홈페이지에 국민청원을 올렸다.

지난 6일 발생한 의암댐 참사는 며칠간 내린 폭우로 댐 수위 조절을 위해 방류된 물이 급격히 불어난 상태에서 인공 수초섬 고박 작업에 무리하게 투입됐던 경찰선, 행정선, 작업선 3척이 모두 뒤집히면서 일어난 ‘인재’다.

A씨의 딸은 청원을 통해 “어제 일하다가 갑자기 전화받은 전화 한 통. 남에게만 일어날 줄 알았던 일이 저에게 일어날지 몰랐다. 아빠는 나이에 비해 젊으신 편이시며 건강하신 편이셨다. 책임감이 너무 강해 몸도 사리시지 않은 우리 아빠. 아빠와 지냈던 날들 아빠와 했던 대화. 이젠 볼 수도 들을 수도 없게 되었다”고 했다.

이어 “어제 엄마의 전화를 받고 바로 의암댐으로 달려갔다. 근데 이게 웬일인가. 강을 보니 흙탕물의 물살은 너무 거세고 더군다나 수문까지 열려 있었는데 그 상황에 조그마한 배를 타고 들어가 일을 하다니?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수문이 열리면 집 한 채도 빨려 들어갈 정도라고 한다. 말도 안 되고 너무 억울하다”며 “시에서 시킨 짓이 아니라면 그곳에 누가 뛰어들까? 여러분이라면 시키지도 않았는데 저렇게 위험한 데 뛰어들어가시겠는가?”라며 “나라에서 고인이 되신 분들이 억울하시지 않도록 낱낱이 꼭 밝혀주시기 바란다”고 전했다.

이 청원은 9일 0시를 넘어가면서, 비공개 상태에서 5000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의암댐 선박 전복 사고가 발생한지 사흘째를 맞은 가운데 지난 8일 강원 춘천시 남산면 서천리 의암댐 하류 경강대교 인근에서 전날 발견됐던 경찰정을 인양하는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경찰이 조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 사고로 7명이 실종돼 이날 현재까지 1명이 구조되고 3명이 숨진 채 발견됐으며 3명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유족과 실종자 가족들은 사고 당시 폭우로 물이 불어나고 수문 개방으로 강물 속도가 빨라진 댐에서 작업을 강행한 것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하며, 누가 지시를 했는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춘천시는 상부의 지시가 없었다고 해명할 뿐 누가 작업을 지시했는지, 왜 대피가 제때 이뤄지지 않았는지 명확히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이재수 춘천시장은 지난 7일 오전 수색지휘본부에 가진 브리핑에서 “당일 이 주무관의 보고를 받고 ‘떠내려가게 내버려둬라, 기간제 근로자를 동원하지 말라’고 지시했으나 이 주무관이 ‘이미 현장이다’라며 작업을 강행했다”고 말했다.

구조당국이 실종자 수색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경찰은 CCTV 영상을 확보해 국과수에 의뢰했고 담당 공무원을 불러 조사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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