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진 셀트리온(068270) 회장이 올해 초 미국 바이오행사인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한 말이다. 과거 오랜 기간 글로벌 제약·바이오 분야 변방에 머물렀던 한국. 서 회장이 2002년 창업한 셀트리온은 한국 바이오 제품이 ‘K바이오’로 불리며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도록 만드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셀트리온은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분야에서 글로벌 ‘퍼스트무버’(선도자)로 불린다. 바이오의약품은 사람·동물로부터 세포·단백질을 뽑아내 배양한 후 만든 약이다. 때문에 화학물질을 조합한 일반 화학의약품보다 개발과정이 까다롭다. 특히 복제약을 만드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다.
셀트리온은 이러한 업계 통념을 깼다. 이 회사는 10년 간 연구·개발(R&D) 과정을 거쳐 2012년 업계 최초 항체 바이오시밀러인 ‘램시마’를 출시했다. 램시마는 자가면역질환 바이오의약품인 ‘레미케이드’(얀센) 복제약으로 유럽시장에서는 올해 상반기 오리지널 약을 제치고 전체 시장 50% 이상을 점유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이 오래가지는 못할 듯하다. 최근 글로벌 제약사들이 잇달아 바이오시밀러 분야에 뛰어들면서 관련 시장이 레드오션이 될 조짐을 보이는 것. 이와 관련 암젠과 엘러간은 대장암 치료제인 ‘엠바시’를 미국·유럽에서 잇달아 허가 받았다. 엠바시는 ‘아바스틴’(로슈) 바이오시밀러이며, 아바스틴은 지난해 70억 8900만달러(약 8조원) 매출로 의약품 순위 7위에 올랐다. 최소한 아바스틴 바이오시밀러 분야에서는 암젠·엘러간이 퍼스트무버 지위를 누릴 것으로 예상된다. 뿐만 아니라 화이자와 노바티스 등 제약업계 ‘공룡’들도 잇달아 바이오시밀러 분야를 노크하고 있다.
‘한국은 바이오시밀러 강국’이라는 공식이 성립되듯, 바이오의약품 역시 한국을 떠올리게 될 날이 왔으면 한다. 이렇듯 한국 업체들이 바이오시밀러에서 바이오의약품으로 무게중심을 옮겨가는 과정에서 정부 당국이 바이오 상장사 회계감리,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이슈 등으로 또 다시 발목을 잡는 일은 없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