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아직 시작에 불과하다”는 김정은의 오기

  • 등록 2017-12-25 오전 6:00:00

    수정 2017-12-25 오전 6:00:00

유엔제재가 갈수록 강화되는 상황에서도 북한 김정은 위원장은 핵·미사일 개발 속셈을 감추지 않고 있다. 그제 폐막된 제5차 노동당 세포위원장대회에서 “지금까지 해놓은 일은 시작에 불과하다”면서 “사회주의 강국 건설을 위한 대담하고 통이 큰 작전을 과감히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고 한다. 어제 발표된 외무성 대변인의 “미국의 핵위협 공갈과 적대 책동을 근원적으로 종식시키기 위한 자위적 핵 억제력을 더욱 다져나갈 것”이라는 성명도 마찬가지다.

이런 발언들이 기존 방안보다 훨씬 강화된 유엔제재 결의안이 통과된 직후 나왔다는 점에서 특히 주목된다. 유엔 안보리는 바로 그 전날 북한에 대한 정유제품 공급량을 연간 200만 배럴에서 50만 배럴로 줄이는 내용의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북한의 ‘화성 15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 감행에 대한 응징 조치다. 이미 지난 9월 결의에 따라 정유제품 허용량이 기존 450만 배럴에서 200만 배럴로 감축됐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불과 3달 사이에 90%가 차단되는 셈이다. 북한 정권의 숨통을 조이겠다는 뜻이다.

이러한 사태 변화가 코앞으로 다가온 평창 동계올림픽 개최에 과연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냐 하는 점에 관심이 쏠리게 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행사를 평화올림픽으로 승화시켜야 한다는 차원에서 한·미 연합군사훈련 연기 방안을 미국 측과 논의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와는 별도로 남북적십자 대표단이 최근 터키에서 만나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여 가능성에 대해 논의했다는 얘기도 들려온다. 지금 한반도 정세가 매우 유동적인 처지에 놓여 있음을 말해준다.

결국 앞으로의 상황 전개는 김정은 위원장의 선택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 측에서 제기됐던 ‘무조건 대화’ 방안도 철회된 채 마지막 단계에 이르러서는 ‘선제 공격’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북한이 핵·미사일 도발에 계속 집착한다면 결말이 뻔하다는 얘기다. 스스로 파멸을 자초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런 시점에서 평창올림픽 참가를 결정한다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은 없을 것이다. 김 위원장이 핵무기가 아니라 한반도 평화를 위해 조만간 ‘통 큰 결단’을 내리기를 기대한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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