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에 빠져드는 아이들②] “스포츠도박 ‘분석만 잘하면' 대박?…꿈 깨라”

17일은 '도박중독 추방의 날'
"운보다 실력 통한다" 착각...경계심 낮아
승패·승률 조작 쉽고 돈만 챙겨 달아나기도
  • 등록 2017-09-17 오전 6:30:00

    수정 2017-09-17 오전 6:30:00

[이데일리 김일중 기자] 불법도박 가운데 중고등학생들이 가장 많이 쉽게 꽂히는 분야가 스포츠도박이다. 재미와 스릴을 느낄 수 있는데다 로또, 복권 등과는 달리 ‘실력’으로 승부할 수 있는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이하 센터)는 “청소년들은 스포츠 경기는 자신이 철저하게 분석하고 판단을 잘 한다면 결과를 맞힐 수 있다고 믿고 있다”며 “우연이 통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도박이라는 인식이 옅다”고 설명했다.

높은 배당률도 청소년들을 이끄는 요소다.

합법 스포츠토토는 국민체육진흥기금 등을 떼고 50~70%를 환급하는데 반해 불법 스포츠도박 사이트들은 한 경기당 총 베팅액의 80~90%를 환급해주고 있다. 합법에 비해 1.5~2배 많은 배당금을 지급하는 셈이다.

결국 스포츠도박에 빠진 학생들은 ‘재미와 돈을 다 잡을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모든 생활을 스포츠 경기시간에 맞춘다. 하루 대부분을 국내외 경기분석에 할애하며 수시로 스마트폰으로 접속해 베팅한다.

하지만 센터는 “이런 생각은 착각”이라고 단언했다.

불법으로 운영되는 스포츠도박 사이트는 모든 규칙이 사이트 운영자에게 좌지우지된다. 승패와 승률을 조작하기 쉬운 상황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승률이 높은 사람은 강제로 탈퇴시키거나 배당금이 많아질 경우 사이트를 폐쇄하고 돈만 챙겨 달아나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물론 불법이기에 피해를 입어도 신고나 구제를 받을 수 없다.

결국 피해를 입은 학생은 절도 등 2차 범죄를 저지르거나 자살을 시도하는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황현탁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원장은 “청소년들이 ‘내 스포츠 관련 지식을 살려 즐기는 것인데 어때’라고 가볍게 보지 말고 ‘돈을 거는 순간 도박이 된다’라는 생각을 가슴에 새겨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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