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리 北제재안 표결 전망은? 밀어붙이는 美, 요지부동 중·러

  • 등록 2017-09-11 오전 12:01:08

    수정 2017-09-11 오전 12:01:08

유엔안전보장이사회 회원국 대사들이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AFP
[이데일리 차예지 기자] 미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북한의 6차 핵실험에 따른 추가 대북제재 결의안을 오는 11일 표결해 줄 것을 공식 요청하는 등 ‘초고속’ 표결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초강력 제재 결의 초안에 중국과 러시아가 여전히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어 결의안 내용이 현실화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중·러에 고강도 압박…화합 중시하던 이전과 다른 모습 보여

유엔주재 미국 대표부는 8일(현지시간) 밤 “대북 추가 제재 결의안 표결을 위해 오는 11일 안보리 회의 소집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앞서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 대사는 지난 4일 안보리 긴급회의에서 제재 결의안을 11일 표결하겠다고 밝힌 후 이틀 뒤에 결의 초안을 나머지 14개국 이사국에 회람시키는 등 전례없이 빠른 속도로 절차를 밟고 있다.

미국이 중러와 대략적인 합의를 하지도 않고 표결을 위한 안보리 회의 소집을 요구한 것은 고강도 압박전략으로 해석된다. 미국은 기존 결의안 채택과정에서는 제재 강도가 낮아지더라도 중국과 러시아 측의 요구를 일부 수용하며 국제사회의 단합된 모습을 보이려고 애썼다.

이에 대해 유엔의 외교 소식통은 니혼게이자이에 “더 많은 시간을 들여야한다는 목소리를 무시하고 중국과 러시아에 압박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최근의 대북 제재결의 2371호는 7월초 북한의 대륙간 탄도 미사일 (ICBM) 시험 발사 후부터 8월의 채택까지 약 1개월이 걸렸다.

중러를 압박해 결의안 채택을 끌어내는 것이 미국의 목표지만 최악의 경우 중러가 거부권을 행사해 결의안 채택이 무산되는 상황도 불사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추가 제재안이 완화되는 것을 보기 보다는 거부권이 행사되는 것을 감수하겠다는 것이다.

NHK는 미국이 강력한 추가 제재에 신중한 중러와 표결 직전까지 물밑 협상을 계속할 것으로 전망했다.

北 생명줄인 원유 공급 중단할까 ‘관심

미국의 제재 결의 초안은 ‘김정은 등 일가 개인 제재’, ‘북한 선박 9척 제재’, ‘원유 및 정제유, LNG(액화천연가스) 전면 금수’, ‘북한산 섬유 수입 금지’, ‘북한 노동자 해외고용 금지’ 등을 골자로 한다.

이번 결의 초안의 핵심 쟁점은 북한의 생명줄이나 다름없는 원유 공급 중단이 포함될 지 여부다. 북한은 원유 대부분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으며 연 수입량이 최소 50만톤 이상에서 많게는 100만톤 이상에 이른다.

그동안 미국 독자 제재 대상이었던 김정은 남매가 처음으로 유엔 제재 대상에 올랐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이번 초안에는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과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선전선동부 부부장,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 김기남 노동당 부위원장, 박영식 인민무력상 등 정권 지도부 및 핵심실세 5명과 기관 7곳이 여행금지 및 자산동결 제재대상에 올랐다.

그외에 대북제재로는 처음으로 유엔이 제재대상으로 지정한 북한 선박(화물선)을 유엔 회원국이 공해 상에서 강제로 검색할 수 있는 권한도 부여했다.

검색 과정에서 안보리 결의를 위반한 대량살상무기(WMD) 관련 물품이나 석탄 등 금수품목이 나오면 해당 품목은 물론 때에 따라서 선박 자체에 대한 몰수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북한 선박이 저항하면 충돌이 빚어질 수 있고, 북한이 핵무기로 위협하면 교전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미 언론들은 관측했다. 하지만 가디언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공격적이고 도발적이지만 자멸을 초래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에 전면전을 절대 시작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막판에 타협 찾을 것’ 전망도

하지만 초안에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진 중국과 러시아가 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커 표결이 통과할지에 대해선 회의적 시각이 지배적이다. 중국은 대외적으로는 제재안에 동참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북한 경제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 있는 원유와 정제유, LNG 등의 전면 금수가 제재안에 담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또 러시아는 “북한 주민 고통만 커질 것”이라며 강력한 제재에 대한 반대입장을 분명히 해왔다. 미국의 한 고위관료는 한 인터뷰에서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 섬유제품 수출 금지보다 더 강력한 대북제재안은 어느 것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중국 당국자들도 이 매체에 원유 금수조치가 북한에 굉장한 불안정성을 불러올 위험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은 대북 추가제재 결의안이 중국과 러시아 등 상임이사국의 거부권 행사로 저지될 경우 북한에 대해 군사적 옵션을 포함한 단독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또 지난 6일 스티브 므누신 재무장관은 유엔의 추가 대북 제재가 무산될 경우 미국이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에 나설 것임을 시사하며 중러를 압박했다.

가디언은 대북 전면금수 등 극단적 제재는 없을 것으로 관측했다. 중국은 북한 대외 무역의 80%를 차지하는데 전면금수 조치는 전세계적인 경기후퇴를 불러 올 수 있다는 것이다.

거부권 행사로 유엔에서 정면 충돌하는 극단적 상황을 막기 위해 미국과 중러가 막판에 타협점을 찾을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통화 후 “시 주석은 뭔가를 하고 싶어한다. 그가 그 일을 할 수 있을지 없을지 지켜볼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때문에 북한에 대한 전면적 원유수출 금지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축소하는 선에서 합의가 이뤄질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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