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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지난 28일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의 충정로난타극장. 넌버펄 퍼포먼스 ‘난타’의 첫 공연이 시작하는 오후 5시 무렵 극장 안은 평소와 달리 썰렁했다. 중국 단체 관광객으로 늘 붐볐던 곳이지만 최근 중국 정부의 한국관광 금지령 이후 관객 수가 절반 가량 줄어들었다. 그나마 극장을 찾은 이들은 동남아 단체 관광객 뿐. 극장 관계자는 “중국 단체 관광객의 예약이 급격하게 줄어들었다”고 하소연을 했다. 이곳은 오는 4월 임시휴업에 들어간다.
뒤이어 30일 서울 중구 명동에 있는 또 다른 ‘난타’ 전용 공연장인 명동난타극장을 찾아갔다. 충정로난타극장과 달리 관광객으로 북적이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공연 시작 전 배우들이 극장 로비에 나와 관객과 사진을 촬영하는 등 분위기도 뜨거웠다. ‘난타’의 제작사 PMC프러덕션 관계자는 “명동난타극장과 홍대난타극장은 예전에도 자유여행 관광객이 많이 찾아 관객 수나 극장 분위기에 큰 변화가 없다”며 “중국 관광객 감소에 대비해 미국과 일본, 동남아 관광객 유치를 위한 마케팅과 이벤트 등을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문제는 공연관광 시장이 양적 성장에 비해 질적 성장을 이루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넌버펄 퍼포먼스 ‘점프’를 제작한 예감의 김성량 이사는 “최근 5년간 공연관광 시장에서 가격 경쟁이 벌어지면서 공연 수준이 질적으로 낮아지게 됐다”고 말했다. 공연 티켓이 여행사의 패키지 상품으로 저가에 판매되면서 공연관광 시장이 타격을 입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신규 면세점 개관 등 면세점 업계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일부 공연은 정가 4만~6만원의 티켓을 5000원에 파는 경우도 생겨났다. 김 이사는 “공연 가격이 낮아지면 양질의 콘텐츠를 제작하는데 한계가 온다. ‘공연관광’ 시장이 양적 성장에 급급해 생긴 결과”라고 지적했다.
공연제작사들도 공연관광 시장의 체질 개선 필요성에 공감한다. 최광일 한국공연관광협회 회장은 “올해 7월 1일부터 담합이 아닌 범위 내에서 더 이상 저가·무료 티켓을 제공하지 않기로 협회에 가입한 9개 제작사와 결의를 했다”고 밝혔다. 또한 “넌버벌 퍼포먼스 이외에도 대학로의 장기 뮤지컬 공연 등 외국인 관광객이 즐길 수 있는 공연은 많다. 협회에서도 공연관광의 장르 확대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