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 초경쟁사회의 돌파구는 인문학적 소양

  • 등록 2016-08-09 오전 3:01:01

    수정 2016-08-09 오전 3:01:01

[신현한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 인문학을 배우면 창의성이 길러진다며 너도 나도 할 것 없이 인문학 배우기에 열심이던 때가 있었다. 기업 최고경영자(CEO)와 대입준비생들도 인문학 열풍에 고전을 열심히 읽기도 했다. 그런데 왜 인문학을 배우면 창의성이 생긴다고 하는 지에 대해서는 누구도 명쾌하게 설명하지 않았다. 하지만 인문학을 배우면 창의성이 생긴다고 하니 ‘하다 보면 알겠지’하며 무작정 인문학 강의도 듣고 책도 읽고 토론도 해 보았는데 내가 필요한 창의성이 생기지 않아 곧 지치게 된다. 아마도 그래서 인문학 교육 열풍이 식어가는 것 같다.

인문학은 인류가 만든 무늬를 탐구하는 학문이다. 즉 ‘사람은 어떻게 살아 왔나’를 연구하는 역사학, ‘사람은 무엇으로 사나’를 연구하는 철학, ‘사람은 어떻게 생각하나’를 연구하는 심리학, ‘사람 사회생활은 어떠한가’를 연구하는 사회학, 그리고 사람의 삶과 생각을 글로 표현한 문학 등 사람의 삶과 생각에 대한 과거와 현재, 미래를 연구하는 학문이 바로 인문학이다.

이러한 인문학은 바로 사람에 대한 학문으로 인문학에 관심을 갖고 인문학을 배운다는 것은 곧 사람에 대해 관심을 갖고 사람에 대해 배운다는 것을 뜻한다. 그렇다면 인문학을 배우면 왜 창의적이 된다고 하는 걸까. 특히 기업인들이 인문학을 배우면 무엇이 좋을까.

기업은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끊임없이 개발해 시장에 내 놓아야 한다. 요즘처럼 초경쟁사회에서는 과거처럼 비용 절감 정도의 혁신으로는 제자리 걸음도 힘들다. 신제품 개발이 늦어지면 시장에서 도태되고 결국 기업이 파산하는 것이 요즘 기업 환경이다. 따라서 기업인들은 과거 어느 때 보다도 신제품 개발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그렇다면 어떤 기업이 시장이 원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잘 찾아 제공할 수 있을까. 소비자를 끊임없이 관찰하고 사람들이 좋아할 그런 신기술을 이용해 끊임없이 새로운 제품을 만드는 회사는 과거 성공에 집착해 기존 시장을 보호하는 데만 급급한 회사를 가볍게 이길 수 있을 것이다.

초경쟁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이 인문학이 된 데에는 기업인도 인문학을 연구하는 사람처럼 사람에 대해 관심을 갖고 사람이 필요로 하는 것을 공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느끼는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새로운 서비스와 제품을 만들려고 노력하면 그것이 바로 창조적 활동이 되는 것이고 창의적인 사람이 된다.

일본 도요타 창업주와 현대자동차 창업주는 모두 본인이 타고 다니는 차를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라 국민이 타고 다니는 차를 만들기 위해 사업을 시작했다. 면방직 기계를 만들던 사람이 자동차를 만들겠다고 달려들었고 건설업을 하던 사람이 자동차를 만들겠다고 달려들었다. 모두들 무모한 도전이라고 했지만 평범한 사람도 차를 탈 수 있도록 하겠다는 꿈이 이 두 사람으로 하여금 자동차 회사를 만들게 했다.

제3세계 저소득층 어린이들에게 신발을 무상으로 제공하는 운동을 펼친 신발회사 ‘탐스’ 창업자 블레이크 마이스키는 우연히 방문한 아르헨티나에서 신발없이 걸어 다니는 어린이를 보고 회사를 세웠다. 본인이 신발이 없어서가 아니라 신발 없는 아이들의 삶을 자신의 삶으로 투영한 인문학적 사고가 그로 하여금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게 만들었다. 즉 자기의 불편이 아닌 다른 사람의 불편을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 수 있다.

최근 창업 열풍이 불고 있다. 성공사다리가 부러졌다고 한탄하는 사람에게는 성공의 여신이 오지 않는다. 오히려 인문학적 소양으로 성공사다리를 만들어 가는 사람에게 성공의 여신은 축복을 내릴 것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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