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현대차 i30 ‘더 랠리스트’ 인제스피디움 타보니

가장 쉽게 만날 수 있는 완성도 높은 레이스카
  • 등록 2015-12-28 오전 5:00:00

    수정 2015-12-28 오후 5:23:33

[이데일리 카홀릭팀 김학수 기자] 세계 최초 랠리 드라이버 오디션 프로그램을 내세우며 시작된 더 랠리스트의 최종 우승자는 영건 오한솔도 아니었고 아마추어 무대에서 Top. 4까지 오른 박규승, 뛰어난 영어 실력과 투어링 카 레이스의 이해도가 높은 강병휘도 아니었다. 홀로 유럽에서 F3 무대에 도전하며 F1을 향하던 임채원이 불굴의 의지로 최종 우승자로 선발됐다. 이제 임채원은 유럽에서 2년 동안 랠리 교육을 받으며 지금껏 자신이 걸어왔던 길과는 또 다른 레이스의 새로운 장을 써갈 것이다.

더 랠리스트가 끝나고 남은 건 복귀 이후 탄탄한 전력과 빠른 발전으로 WRC 톱 티어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활약하고 있는 현대자동차의 이미지와 더 랠리스트 촬영의 본거지가 됐던 인제스피디움 그리고 더 랠리스트 후보생들이 열심히 밀고, 끌고 뒤집어 버리고 나중에는 온로드, 오프로드를 가리지 않고 기량 평가 용으로 사용된 i30 ‘더 랠리스트’ 레이스카다.

i30 ‘더 랠리스트’서킷 차량 새롭게 태어나

i30 ‘더 랠리스트’ 레이스카는 인제스피디움과 레이스카 개발 및 자동차 R&D 전문 업체인 트랜스테크가 개발한 차량이다. 다른 레이스카 역시 마찬가지지만 i30 더 랠리스트는 탑승자의 안전을 최우성으로 보장하고 랠리 드라이버 선발을 위한 테스트 차량으로서 온 로드와 오프로드 주행 성능을 모두 확보하고 동시에 제작된 다섯 대의 차량들이 꾸준하고 균일한 성능을 유지하는데 초점을 맞춰 개발됐다.

이에 차량 개발을 담당한 트랜스테크는 실내 내장제를 모두 제거하고 테스트 및 레이스를 할 수 있는 수준까지 튜닝을 진행했다. 특히 안전 확보를 위해 실내에는 롤 케이지를 장착했다. 이를 통해 더 랠리스트 프로그램 속에서는 온로드와 오프로드를 가리지 않고 질주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던 것이다. 물론 이 차량은 현재 온로드 전용으로 새롭게 튜닝 됐다.

i30 ‘더 랠리스트’, 레이스 카의 자격

i30 ‘더 랠리스트’는 외형으로만 본다면 i30에서 큰 변화가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실제로 차량 제원에 있어서도 전장과 전고 휠 베이스는 순정과 같다. i30 ‘더 랠리스트’의 기본 모델인 i30 2.0 GDi Dspec 기준으로 순정 상태의 i30는 4,300mm의 전장과 1,470mm의 전고 그리고 2,650mm의 휠 베이스를 가지고 있다. 한편 i30 ‘더 랠리스트’ 차량은 주행 성능을 향상시키기 위해 휠과 타이어를 변경하며 전후 윤거가 약 6mm씩 늘어난 1,555mm와 1,568mm에 이른다. 한편 1,300kg가 넘는 차량 중량 역시 1,280kg으로 줄어들었다.

육안으로 볼 때 i30 ‘더 랠리스트’는 디자인적으로는 큰 변화가 없다. 무른 레이스카라고 한다면 대부분의 사람들 머리 속에는 과감한 와이드 바디를 장착하고 FRP나 카본으로 제작된 에어로 바디를 잔뜩 장착한 모습을 떠올리기 쉽지만 i30 ‘더 랠리스트’의 외관은 i30 본연의 매력을 살리면서 레이스를 위한 요소들을 더하는 수준으로 마무리 됐다.

우선 무게 절감을 위해 보닛 클립을 적용해 보닛 잠금 장치 및 관련 릴레이를 제거해 무게를 줄였다. 여기에 차체 전면에 견인 고리를 장착해 유사 시 손 쉬운 견인이 가능하도록 했다. 차량 전면은 이 두 가지 외에는 특별한 것이 없다. 후면에서도 창 너머의 롤 케이지과 견인 고리 외에는 특별한 것은 눈에 띠지 않는다. 다만 측면에서는 향상된 주행 성능을 에고하는 알로이 휠과 타이어 그리고 브레이크의 튜닝이 돋보인다.

차량을 제작한 트랜스테크에 따르면 i30 더 랠리스트에는 국내 모터스포츠 현장에서 스트릿 서킷은 물론 숱한 바디 투 바디 경쟁에서 우수한 강성을 발휘한 핸즈 프라임(핸즈코퍼레이션)의 알로이 휠인 ‘PR0004’가 장착됐고 타이어는 ‘미쉐린 파일럿 스포츠 3’가 장착됐다. 브레이크 시스템은 미국의 스포츠 및 레이스 브레이크 전문 업체인 ‘스파르타 에볼루션’의 제품이 장착됐다.

드라이버의 안전을 지키다

레이스카의 핵심을 바로 안전이다. 실제로 국내 모터스포츠 대회에서 연예인 드라이버인 김진표가 경기 중 차량이 대파됐음에도 레이스카 특유의 안전 덕분에 큰 상처 없이 2015 시즌을 치를 수 있었다. i30 더 랠리스트의 실내 공간 역시 드라이버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많은 노력이 담겨 있다. 우선 냉간인발 탄소강으로 제작된 롤 케이지를 실내 공간에 둘러 차량 차체의 강성 확보는 물론 충돌 및 전복 시 탑승 공간을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외에도 레이스를 위해 메건레이싱의 시트와 6점식 벨트를 적용했다. 이를 통해 차량 전복, 사고 시에도 드라이버의 생명을 보호할 수 있다. 이외에도 레이싱 전용 스티어링 휠과 만약의 사고를 대비한 소화기를 실내에 비치했다. 센터페시아와 대시보드는 기본적인 기능을 제외하고는 모두 탈거 되었고 2열 시트 역시 제거되어 있다.

한편 더 랠리스트 방송에서 볼 수 있던 디지털 데이터 로거는 제거 되어 있었다. 주행 데이터와 RPM 게이지 등을 디지털로 볼 수 있는 제품이지만 제품 가격도 비싸고 사용에 대한 전문적인 교육을 받지 않는다면 해당 내용을 제대로 활용하기 어렵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제원 상으로는 로깅 킷 유명 업체인 모텍 사의 C125 레이스 로깅 킷이 적용됐다.

i30 2.0GDi Dspec의 파워트레인

i30 더 랠리스트는 기본 모델인 i30 2.0GDi Dspec의 파워트레인을 고스란히 사용했다. 실제로 2.0L GDi 엔진은 가솔린 엔진으로서 출력도 부족함이 없는 172마력과 21.0kg.m의 토크를 발휘하기 때문에 서킷 레이스카로 본다면 다소 아쉬울 수 있겠지만 더 랠리스트 프로그램 속에서도 훌륭한 퍼포먼스를 뽐낼 수 있었다. 여기에 순정 6단 수동 변속기를 통해 전륜으로 출력을 전달하며 튜닝 된 배기 시스템을 통해 조금 더 기민한 엔진 반응을 발휘하도록 설계됐다.

i30 더 랠리스트 서킷 테스트 드라이버, 이원일

i30 더 랠리스트의 서킷 테스트를 위해서 봉피양 레이싱 팀으로 제네시스 쿠페 챔피언십 20 클래스에서 맹활약한 이원일 드라이버가 나섰다. 이원일 드라이버는 아마추어 무대에서는 이미 유명한 드라이버로서 타임 트라이얼 등에서 유명세를 떨쳤다. 지난 2014년 KSF K3쿱 챌린지 클래스 종합 챔피언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투어링 카 레이스를 시작했다.

2015년 KSF 제네시스쿠페 20 클래스 종합 4위에 올랐으며 2015년 하반기에 펼쳐진 대한민국 모터스포츠 페스티벌의 내구레이스 KLM 클래스에 스톡카로 출전하여 당당히 우승을 차지했다. SNS에서 유명세를 떨친 인제스피디움 1번 코너에서 경쟁 중 K3 쿱 전륜 드리프트로 추월하는 장면을 연출한 것이 바로 이원일 드라이버다.

서킷 주행에서의 높은 완성도

172마력은 분명 사람들에게 갈증을 느끼게 할 출력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인제스피디움의 메인 스트레이트는 완만한 내리막 구간인 만큼 출력의 아쉬움을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현대자동차의 2.0L GDi 엔진 자체가 동급 2.0L 엔진에 비해 출력이 높은 만큼 확실히 부족하다는 느낌 보다는 이 체급에 딱 어울린다는 느낌이 든다. 평지나 내리막 구간에서는 운전자가 원하는 출력을 확실히 끌어내주는 스타일이다.

다만 터보 엔진이 아니고 자연흡기 엔진인 만큼 강력한 힘으로 밀어주기 보다는 점진적으로 출력을 끌어 내는 타입이라 모든 차량들이 고민하는 언덕 구간에서는 어쩔 수 없는 아쉬움이 느껴진다. 오르막 구간을 제외한다면 출력 자체에 대한 아쉬움은 크지 않다. 실제로 국내에서 치러지고 있는 레이스 중에 250마력 이상의 출력을 활용하는 레이스 자체가 많지 않고 세계로 눈을 돌려봐도 1.6~2.0L 급 대회가 많다.

기어 변속은 일반 수동 차량과 같다. 변속기 역시 순정 차량과 같기 때문에 큰 특징은 없는 편이다. 사실 상위 클래스의 레이스 차량은 클러치나 변속기 부분에 튜닝을 가미하는 경우가 있지만 아마추어 레벨이나 엔트리 프로 클래스에서는 클러치를 순정 상태 그대로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

사실 순정을 그대로 유지하는 엔진과 변속기만 본다면 일반적인 차량과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차량의 움직임에서는 확실히 레이스카의 느낌이 든다. 당초 오프로드 용으로 개발되며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안전에 신경 쓰며 장착한 롤 게이지의 역할이 크게 느껴졌다. 인제스피디움의 코너를 공략하며 연속적으로 연석을 밟았음에도 흔들림 없는 우수한 일체감이 느껴져 타는 내내 만족스러웠다.

놀라웠던 점은 역시 주행 완성도였다. 서킷 용으로 다시 세팅된 차량인 만큼 서스펜션이 무척 단단한 편인데 덕분에 연속된 코너에서도 롤링을 최대한 억제하는 모습이다. 여기에 스티어링 휠에 따른 전륜의 조향 반응도 상당히 빠른 편이라 다루는 재미 역시 우수했다.

게다가 인제스피디움의 연속 코너 구간에서 세팅의 우수성이 느껴졌다. 원래 전륜 차량의 경우 자칫 코너 주행 시 한쪽 바퀴가 공중에 떠 출력이나 그립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 i30 더 랠리스트는 인제스피디움의 복잡하고 연속된 코너에서도 우수한 로드 홀딩 능력을 자랑했다. 다만 LSD의 부제로 인해 후반 오르막 헤어핀을 탈출할 때 한쪽 앞 바퀴가 트랙션을 잃는 경우가 있어 아쉽게 느껴졌다.

한편 서킷 주행에서 가장 중요한 제동력은 브레이크 시스템 튜닝을 통해 확실히 순정 대비 우수한 모습이다. 특히 제동 시 후륜이 불안하지 않게 흐르기 때문에 이후의 움직임을 예상하고 대응하기 좋은 편이다. 다만 제동 답력이 초반에 몰려 있어 서킷에 대한 이해도와 차량에 대한 적응이 마무리 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인제스피디움의 1번 코너를 유의해야 할 것 같다.

레이스에서 경험했던 K3쿱 터보 챌린지 레이스 카과 비교 해본다면 출력을 제외한 모든 부분에서 우월하다는 결론을 낼 수 있다. 아무래도 K3쿱 터보 챌린지 레이스 카는 터보 엔진을 장착했지만 순정 서스펜션을 유지한 상태에서 다운 스프링만 적용한 차량이기 때문에 순정차량의 움직임을 벗어나기 어렵다. 하지만 i30 더 랠리스트는 차체 강성 확보와 하체 세팅 개선을 통해 보다 우수한 운동성을 확보할 수 있어 서킷 드라이빙 차량으로 무척 만족스러운 차량이라고 생각된다.

서킷에서의 활약 기대

테스트를 마치고 이원일 드라이버는 ‘더 랠리스트의 오프로드 주행에서는 토션빔의 물리적인 한계 때문에 움직임이 다소 아쉽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서킷에서는 서스펜션을 비롯해 차량의 전체적인 움직임이 좋았다.’라는 평가를 더했다. 실제로 더 랠리스트 방송 속에서 ‘i30 더 랠리스트’가 오프로드를 달릴 때에 차체가 크게 요동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토션빔의 물리적인 한계와 WRC 레이스카에 들어간 막대한 R&D 및 개발 비용을 생각해보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서킷에서는 우수한 움직임을 선보이며 그 아쉬움을 달랬다. 출력부터 서스펜션, 제동을 비롯해 전체적인 주행의 완성도 면에서 상당히 만족스러운 모습이었다. 인제스피디움은 이 i30 더 랠리스트 차량을 향후 판매 및 대여 방식으로 운영한다고 알려졌다. 만약 그렇게 운영된다면 강원도 인제까지 자신의 차량을 끌고 와 서킷에서 혹사시키기 보다는 서킷을 찾아 이미 서킷에 준비되어 있는 ‘i30 더 랠리스트’로 달릴 수 있는 또 다른 선택지로 많은 인기를 끌 것 같다.

*시승/촬영 협조: 인제스피디움

*시승 부분은 이원일 드라이버의 코멘트를 기반으로 제작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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