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 뇌관' 터지나]"집값 오를 때 사자?"..'부족의 착각' 경계해야

  • 등록 2015-05-04 오전 5:01:19

    수정 2015-05-04 오전 9:02:29

[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코오롱글로벌(003070)이 최근 서울 성북구 장위동에서 분양한 ‘꿈의숲 코오롱 하늘채’ 아파트. 분양가 규제가 풀린 장위뉴타운 2구역에서 선보인 이 단지 전용면적 59㎡형(5~14층) 분양가는 3억 9740만원이다. 발코니 확장을 선택하면 4억원이 넘는다. 단지에서 불과 500여m 떨어진 곳에서 내년에 입주하는 ‘꿈의숲 SK뷰’ 아파트의 같은 면적 분양권 시세(3억 3000만원 선)보다 7000만원 가까이 비싸다. 그러나 청약 결과, 97가구 모집에 1순위에서만 359명이 몰렸다.

GS건설(006360)이 지난달 말 성동구 금호동에 공급한 ‘신금호 파크자이’도 비슷했다. 이 아파트 전용 60㎡형 기준층 분양가는 5억 7300만원이다. 인근 지하철 3호선 금호역 초역세권에서 내년 입주를 앞둔 ‘옥수e편한세상’ 아파트의 같은 평형 분양권 실거래가(4월 평균 4억 9150만원)보다 8000만원이나 비싼 가격이다. 그런데도 파크자이 60㎡형은 7가구 모집에 593명이 접수해 청약 경쟁률이 80대 1을 넘어섰다.

신규 아파트 분양가가 슬금슬금 오르고 있다. 가격 규제가 풀린 시장에 전세난에 떠밀린 실수요자들이 속속 유입되면서 건설사들이 분양가를 끌어올리는 추세다.

부동산 정보업체인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에서 공급한 아파트(주상복합 포함)의 3.3㎡당 평균 분양가는 2019만원으로, 1년 전(1800만원)보다 12.1% 올랐다. 대한주택보증이 조사한 올 2월 서울 민간 아파트 분양가는 지난해 같은 달(3.3㎡당 1792만원)보다 15.3% 상승한 3.3㎡당 2067만원이었다.

시장경제에서 상품 가격이 오르면 소비를 줄이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다. 하지만 부동산시장에서는 이런 공식이 먹히질 않는다. 집값이 한 번 뛰기 시작하면 집이 모자라 지금의 가격 상승세가 이어질 것 같은 조바심에 빠진다. 수요와 공급의 시차가 큰 부동산 상품의 특수성이 빚는 이른바 ‘부족의 착각(shortage illusion)’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에 경고를 던진다. 조바심을 못 이겨 비싼 값에 덜컥 집을 샀다가 입주 물량이 쏟아지는 2~3년 뒤에 ‘덤터기’를 썼다고 후회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써브가 최근 회원 공인중개사 508명을 대상으로 새 아파트 분양가의 적절성을 설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59.1%(300명)가 ‘비싸다’고 답했다. 현장에서 바라보는 가격 체감도가 벌써 이렇다.

수도권 청약 1순위 자격 요건 및 전매 제한 규제가 완화된 청약 시장에 분양권 프리미엄(웃돈)을 기대하는 투자 수요까지 가세하면서 비싼 집이 속속 팔려나가는 현상을 우려하는 시선도 적지 않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 연구위원은 ”올해 하반기까지 밀어내기 분양이 이어질 것으로 보여 입주 시점에는 가격 조정이 이뤄질 수 있다”며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서 고분양가 책정 사례가 나올 수 있으므로 적정성을 잘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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