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Q. 얼마 전에 은행에 신용카드를 발급하러 갔더니 “해외에서 결제가 가능한 카드로 만들겠느냐”고 물어보더라고요. 앞으로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르니 “네”라고 말했는데 이 경우 연회비가 더 비싸다네요. 해외결제카드가 더 비싼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신당동 21세, 사회초년생 김나영 씨)
A.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대한민국이기 때문입니다.’ 해외신용카드의 연회비가 비싼 게 아니라 국내신용카드 연회비가 싼 거지요. 우리나라는 유난히 카드문화가 발달한 나라입니다. 사실 신용카드를 발급받는다는 것은 그 사람의 신용을 사회에서 인정받았다는 것과 같은 의미를 가집니다. 아직 지급되지 않은 돈을 카드사가 대신 갚아주는 게 신용카드이니깐요.
그런데 세계 전역을 보면 우리나라처럼 신용카드를 발급받기 쉬운 나라가 없습니다. 그만큼 카드업계가 발전했고 결제망이 깔렸으며 발급비용이 낮아졌다는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신용의 가치가 싸진 것이죠. 이런 이유로 우리나라는 2003년 카드대란이라는 홍역을 앓기도 했죠.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카드업이 발전되지 않은 나라들은 비자·마스타 등 글로벌브랜드 카드사의 결제망을 빌려씁니다. 로컬결제망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언제 어디서나 어떤 카드로든 결제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KB국민카드만 받아요”하는 가게는 없죠. 근데 해외로 나가면 이런 당연한 것들이 당연하지 않게 됩니다. 해외에 나간 나영 씨는 이런 얘기를 들을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비자(VISA)만 받아요.”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하나 발생합니다. 나영 씨가 해외에 나가지 않아도 글로벌 브랜드 카드사에 수수료를 내야 할까요. 정답은 ‘그럴 수 있습니다.’ 왜냐면 몇몇 글로벌 카드사는 국내 카드사용분에 대해서도 0.04% 정도의 수수료를 매깁니다. 나영 씨가 1만원의 카드를 결제하면 약 4원 정도를 가져가는 구조입니다. 국내 카드사는 이 4원도 비용으로 계산해 나영 씨에게 청구합니다.
앞서 설명했듯, 이것은 우리나라와 같이 카드업이 발달한 나라에서만 벌어지는 일이기도 합니다. 국내에서도 글로벌 브랜드 카드사의 결제망을 사용하면 국내 결제나 해외 결제나 전혀 차이가 없기 때문입니다.
결국, 2013년 말 금융당국은 대표적 글로벌 브랜드 카드사인 비자·마스터(master)에 전면전을 선포하고 수수료 인하를 추진합니다. 그러나 이것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국제적 분쟁 가능성까지 불거지자 결국 이를 접었습니다. 대신 글로벌 카드사 1·2위인 비자·마스터 대신 다른 글로벌 카드사를 사용할 것을 권장하지요.
이를 기회로 삼아 아멕스, JCB, 은련 등 타(他) 글로벌 브랜드 카드사들이 국내 결제분에 대해서는 수수료를 받지 않겠다는 것을 조건으로 국내 카드사와 경쟁적으로 계약을 맺습니다. 글로벌 브랜드 카드사 2위인 마스터도 삼성카드사와 계약하며 특정 조건 하에서는 수수료를 일부 감면해주는 조건을 내걸었습니다. 이를 가리켜 국내 여론은 “우리나라가 마스터의 콧대를 꺾었다”며 환호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여전히 비자·마스터는 우리나라 국내 카드사에서 국내 카드사용 분담금을 받으며 굳건히 1, 2위의 수성을 지키고 있습니다. 아직 타 글로벌 브랜드 카드사들은 해외에서 이들 카드사 정도의 네트워크망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망(網) 사업이 가지는 무서운 점이기도 합니다. ‘네가 쓰면 나도 써야’ 하는 만큼 그 우월적 지위를 깨기 어려운 것이지요. 금융당국도 “국내 카드사들의 글로벌 브랜드 카드사의 선택권이 넓어질수록 해외결제망을 이용하는 가격은 내려갈 것”이라며 “이는 시장논리에 맡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