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내전사태로 중동지역 전체가 초긴장 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이번 사태는 이슬람 극단주의 수니파 반군단체가 시아파 정권 타도를 외치며 서북부 3개 주를 장악하면서 비롯됐다. 반군과 정부군이 수도 바그다드 외곽 110㎞ 지역에서 공방전을 벌이는 가운데 이슬람 강온파 간의 ‘종파 전쟁’으로 비화되는 듯한 움직임이다.
이라크 전체 인구 중 시아파는 60%, 수니파는 23%를 각각 차지하고 있다. 또 아랍족과는 인종적으로 다른 쿠르드족도 17%나 된다. 누리 알 말리키 총리가 이끌어온 시아파 정권은 그동안 시아파 일변도의 정책을 추진해 왔다. 이에 대해 노골적으로 반감을 표출해온 수니파 주민들은 반군의 봉기를 지지하는 입장이다. 실제로 반군이 장악한 곳들은 모두 수니파 밀집 지역이다.
사태가 급박해지자 이라크 시아파 최고 성직자인 알리 알시스타니가 수니파의 반란으로부터 나라를 구하자고 호소하면서 시아파 민병대들이 속속 정부군에 가세하고 있다. 시아파 맹주를 자처해온 이란이 이례적으로 2000명의 병력을 급파했으며, 이에 대해 수니파의 맏형격인 사우디아라비아는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런 와중에 쿠르드족은 북부 지역의 요충지인 키르쿠크를 점령하고 독립 가능성을 노리는 중이다. 쿠르드족이 많이 거주하는 터키가 이번 사태를 예의주시하는 이유다. 중동지역의 모든 갈등과 분쟁이 이라크에서 분출되고 있는 셈이다.
3년 전 완전 철군했던 미국은 반군장악 지역이 새로운 테러기지가 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그러나 일단 항공모함을 이라크 인근 해역으로 이동시켰지만 지상군을 파병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라크는 이번 사태로 자칫 국토가 셋으로 나뉠 수 있다. 최악의 경우 중동 전체가 수니파와 시아파로 갈려 전쟁에 휘말릴 조짐도 엿보인다. 국제유가가 급등하는 것이 이 때문이다. 정부는 이번 사태 악화에 따른 초고유가 상황과 경제에 미칠 파장에 미리 대비해야 한다. 이라크에 진출한 100여개 기업과 1400여명의 근로자 및 교민들의 안전에도 만전을 기해야 한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대(對)중동 외교정책을 전반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