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취업]신용상담사, 월급여 200만원..전국 강연 부수입

금융권 출신 은퇴자 선호도 1위...수요 많고 공급 부족한 블루오션
  • 등록 2014-05-29 오전 6:00:00

    수정 2014-05-29 오전 10:21:40

[이데일리 성선화 기자] 일반적으로 금융맨에 대한 두 가지 착각이 있다. 은행원들이 자기 재테크도 잘 할 것이란 것과 금융맨들이 자기 투자를 잘 해 부자일 것이란 착각. 얼마전 만난 금융권 여선배는 “웬만하면 금융맨은 만나지 말라”는 충고를 했다. 나중에 은퇴하면 “아무것도 할 게 없다”는 이유에서다.

하나은행 지점장 출신이 김종욱(사진) 신용상담 검사역은 “금융맨들의 노후가 쓸쓸하다”는 지적에 전적으로 공감했다. 5년전 은퇴를 한 그는 재직시절부터 은퇴를 준비한 탓에 후배들이 부러워하는 선배 1호가 됐다. 지난 26일 서울 장충동 예금보험공사의 생활금융교육센터에서 김씨를 만났다.

“남자는 은퇴해도 아침 9시면 무조건 집에서 나와야”

예금보험공사의 생활금융교육센터에서 근무 중인 김씨의 명함은 하나가 아니다. 서민재무상담연구원의 이사이자, 국제로타리3640지구의 연수위원이기도 하다. 이날 그가 보여준 한달 스케줄표에는 전국 초·중·고교 강연 일정이 빼곡히 차 있었다.

“솔직히 은행 다닐 때보다 더 바쁩니다. 보람은 직장 다닐 때보다 더 크죠. 그때는 돈 많은 부자들만 상대했는데, 이제는 다양한 계층을 만나니까요. 전국을 돌다보면 참 어려운 사람들이 많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의 주된 업무는 두 가지다. 전국을 돌며 생활금융 교육을 하는 일, 그리고 생활금융센터에서 부채 상담을 하는 일이다. 김씨는 “부모들이 어렸을 때부터 경제교육을 시키지 않는 게 굉장히 큰 문제”라며 “그저 공부만 열심히 하라고 가르치는 것은 미래의 신용불량자를 만드는 것과 같다”고 꼬집었다.

한 달에 한번씩 노숙자들에게 밥퍼 봉사 활동을 하는 그는 최근 고학력 노숙자들이 상당히 늘었다고 했다. 심지어 대학교수 출신, 대기업 임원 출신들도 있다고 했다.

“한때 잘 나갔던 사람들이 서울역에서 노숙자 생활하는 사람들을 여럿 봤습니다. 자산이 아무리 많아도, 돈을 아무리 많이 벌어도 관리가 되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습니다. 하지만 이 돈 관리 습관은 어릴 때부터 배워야 합니다.”

그는 유대인의 경제교육에서 아이디어를 많이 얻는다고 했다. 유대인들은 어릴 적부터 아이들에게 장사를 가르치고 경제 교육을 시킨다. 그는 “전국 학교를 돌면서 조사를 해보면 스스로 자기 명의로 된 통장을 가진 아이들이 별로 없다”며 “우리나라의 경제교육은 선진국에 비해 한참 뒤처진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OECD 국가 중에서 한국 학생들의 수학·읽기능력은 1위, 과학은 4위로 상위권이다. 하지만 금융태도, 금융지식, 바른 태도 등은 전체 15등 중에 13위로 하위권을 기록했다.

현직 때부터 은퇴준비,“금융 자격증 소홀히 말라”

올해로 59살인 그는 150만원 이상의 수입이 있기에 국민연금을 수령하지 않고 있다. 그의 한 달 월급은 200만원이다. 하지만 전국을 돌며 강연을 하면서 ‘작지만 짭잘한 부수입’을 올리고 있다. 그는 “은퇴는 준비하는 자의 것”이라며 “후배 은행원들 중에 노후에 대한 준비없이 막연한 걱정만 하는 친구들이 안쓰럽다”고 말했다.

그가 후배들에게 가장 많이 하는 충고는 금융 관련 자격증을 취득하라는 것이다.

“후배 지점장들에게 현직에 있을 때 자격증을 따 놓으라는 얘기를 많이 합니다. 그러면 대부분 ‘자격증은 따서 뭐하냐’고 반문하죠. 아직 현실을 몰라서 하는 말입니다. 지금 당장 옷을 벗더라도 자격증만 있으면 갈 데가 많습니다. 하지만 아무런 준비 없이 나오면 정말 갈 곳이 없습니다.”

그는 지금도 배우는 일에 열심이다. 올해로 벌써 4번째 대학을 다니고 있다. 방송 통신대에서 교육학, 경영학을 공부했다.

끝으로 김씨는 활발한 대외 활동을 강조했다.

“지점장 시절 아무리 잘 나가도 딱 1년만 지나면, 연락이 다 끊깁니다. 끈 떨어진 선배에게 전화하는 후배는 없습니다. 스스로 다양한 모임을 찾아다니며 사람들과의 관계를 유지해야 합니다.”

그는 로터리 활동 뿐 아니라 다양한 모임을 통해 적극적인 봉사를 한다. 지난 현충일에도 국립현충원에 가서 비석닦이 봉사 활동을 했다.

김씨는 “최근 신용상담사에 대해 묻는 후배들의 전화가 늘었다”며 “경제교육 분야는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하기에 준비된 후배들이 갈 곳은 얼마든지 많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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