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B씨는 야근 때문에 밤 9시에 회사에서 나왔다. 근처 무인 대여소에서 차를 빌려 타고 집으로 갔다가 아침에 9시 출근 때 반납한다. 왕복 15㎞. 이용요금은 1만2600원(심야 12시간 9900원, 유류비 2700원)이다.
카셰어링(car-sharing)이 보편화 된 도심 직장인의 모습이다. 대중교통과 택시, 렌터카에 시간 단위로 차를 빌릴 수 있는 카셰어링이 등장했다. 이동수단의 선택 폭이 넓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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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털-아이폰처럼 급격히 늘어날 것”
“2009년 말 아이폰 도입 이후 스마트폰은 무서운 속도로 번졌고, 우리의 생활을 바꿔 놨죠. 마치 2000년대 초 네이버·다음 같은 포털의 등장과 비슷했어요. 카셰어링도 일정 시점이 되면 포털이나 아이폰처럼 빠르게 퍼질 거예요.”
김지만 쏘카 대표의 전망이다. 그는 소비자 트렌드 변화에 민감하다. 2000년 초반 다음커뮤니케이션즈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영향이 크다. 이제는 대중화된 포털의 지도나 음악, 여행사 서비스 개발에 참여했었다.
그는 미국 카셰어링 회사 ‘집 카(Zip Car)’의 예를 들었다. 스마트폰 보급 이후 미국 시장에서 폭발적으로 성장했고, 현재 1만대의 차량과 100만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그는 “국내 카셰어링 시장도 최소 5000~1만대(대여소 기준 3000~5000개)까지는 금새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쏘카 직원 35명은 모두 자가용이 없다. 김 대표 “국내에서도 차를 살 여력이 없는 20대나 주차공간이 없는 1인 가정이 늘고 있다”며 “카셰어링은 이들에게 ‘자가용’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쏘카는 빠르게 성장했다. 제주에서 30대를 서비스하던 쏘카는 2년 후인 현재 500여 대의 차량을 보유하고 있다. 서울·수도권 330대, 부산·대구 등 경·남북 지역 100대, 제주 70대다. 서울에는 최근 수입차 ‘피아트 500’ 15대도 도입했고, 비슷한 소형 수입차도 계속 추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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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소비자 똑똑해.. 함께 성장하겠다”
김 대표가 카셰어링 사업에 뛰어든 건 스스로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는 2005년 다니던 회사(다음커뮤니케이션)가 제주로 옮겨지면서, 서울과 제주를 오가는 ‘이중생활’을 시작했다. 이 탓에 자가용은 1~2주씩 차고에 방치되기 일쑤였다. 그는 여기서 카셰어링에 대한 수요를 발견했다. 2011년 11월 회사를 설립하고 이듬해 3월 제주에서 카셰어링 서비스를 시작했다.
서비스 만 2년. 차량 대여사업 부문은 이미 손익분기점에 도달했다. 그러나 당분간 수익에 연연하기보다는 마케팅 투자를 계속 늘릴 계획이다. 김 대표는 “아직 카셰어링 자체가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며 “계속 알리는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톡이나 라인 등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와의 제휴도 모색한다.
그는 특히 커뮤니티를 강조했다. 회원들과 함께 사업을 키운다는 구상이다. 회원에 ‘쏘친(쏘카 친구)’이라는 애칭도 붙였다. 실제 많은 회원이 이 서비스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앱에 이용 후기나 개선사항을 올리는 것은 물론 회사 행사 참여도도 높다. 지난 15일 피아트 500 도입을 기념해 열린 서울 도심 퍼레이드의 주체는 ‘쏘친’이었다.
김 대표는 “세계 최초의 ‘이동 커뮤니티 플랫폼’을 만드는 게 쏘카의 궁극적인 목표”라며 “커뮤니티가 확대되면 비슷한 지역의 운전자끼리 ‘카 풀(car pool)’을 이용할 수도 있다. 미국 집 카도 시도하지 못한 방식”이라고 말했다.
그는 ‘쏘친’에 대한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한국 고객은 똑똑하다. 이용법이 생소하지만 다들 잘 이해하고 쓴다. 처음엔 무인 대여이기 때문에 차량 관리에 대한 우려도 컸는데 아직 큰 문제 없이 운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쏘카를 한 번 이용한 고객의 재사용률은 60%다. 한 달에만 10번 이상 사용하는 고객도 있다. 평균 이용시간은 5~6시간이다.
그는 주로 대중교통을 이용하지만 가끔은 차가 필요한 사람에게 카셰어링 이용을 추천했다. “서로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자가용, 택시 등 다른 이동수단과 직접 경제·편의성을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습니다. 각 이동수단이 서로 ‘윈윈(win-win)’하겠죠. 그러나 주말, 파주 아웃렛으로 쇼핑을 갈 때 카셰어링 만큼 경제적인 방법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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