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노조가 사측의 잇단 교섭재개 요청에 별 반응을 보이지 않음에 따라 20일로 예정된 현대차 파업이 불가피해 보인다. 현대차 사측은 노조가 파업에 들어가면 해외생산을 늘려 국내에서 생기는 생산 손실분을 벌충한다는 방침이다.
노조의 파업 명분은 임 . 단협 결렬이다. 하지만 사측은 현재 평균연봉이 9400만원인데, 순이익 30% 지급 등 노조가 요구하는 180여개 항목을 다 들어주면 일인당 연봉이 2억 원에 이르러 이를 도저히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우리나라 전체 임금 근로자 가운데 약 절반은 저임금에 시달리는 비정규직이다. 비정규직과 대부분 겹치는 임금근로자의 약 35%는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아도 될 정도로 소득이 형편없이 낮다. 한 달에 150만원도 채 벌지 못하는 사람들이 수두룩한 허울 좋은 자영업자들도 600여만 명이나 된다. 이런 사람들의 눈에 연례행사처럼 벌어지는 현대차 노조의 파업이 어떻게 비칠지를 먼저 생각해 보아야 한다.
한국노동연구원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자동차 산업은 올해 상반기 고용시장에서 그나마 버팀목 역할을 했다. 전. 후방 산업 연관효과가 큰 자동차부품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서비스 산업의 고용부진을 만회했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차 노조의 파업은 하반기 고용시장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노조의 파업 위협에 질린 자동차 기업들이 생산성 저하를 우려해 해외 생산을 더 늘릴 경우 이는 국내 고용시장에 악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해외생산 확대로 자동차 수출은 이미 줄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까지 국산 자동차 수출량은 전년 동기 대비 6.6% 감소했으며 감소세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지고 있다. 반도체와 함께 우리나라 수출을 견인하는 쌍두마차가 바로 자동차다.
요즘 현대차, 나아가 한국 자동차 업계는 안팎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높아진 인건비와 낮은 생산성 같은 내부적인 문제도 심각하거니와 수입차의 공세도 나날이 드세지고 있다. 견디다 못한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해외 생산 비중이 임계점을 넘으면 한때 세계 자동차 메카였던 디트로이트가 파산한 경우처럼 한국판 디트로이트 사태가 오지 말라는 법도 없다. 현대차 노조는 파업시계를 멈추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