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시장에서 성장의 한계를 느끼고 있는 주요 이동통신업체들에게 미국시장은 여전히 기회의 땅으로 여겨지고 있다. 특히 통신환경이 3세대에서 4세대(4G) LTE시장으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어 미국 전체 통신시장의 75%를 장악하고 있는 버라이존과 AT&T 등 두 업체의 아성을 허물 수 있는 최적의 기회라는 판단도 작용하고 있다.
◇ 먹잇감 찾는 외국기업들
일본 이동통신업체 소프트뱅크는 지난 11일(현지시간) 14조원이 넘는 1조엔이라는 거금을 들여 미국내 3위 통신업체 스프린트넥스텔을 인수하겠다고 밝혔다.
소프트뱅크가 스프린트를 인수 합병할 경우 일본과 미국에서 모두 9000만 계약이 넘는 세계적 통신그룹이 탄생한다.
에이비 그린가트 커런트어낼러시스 리서치담당 이사는 “미국 기업들을 직접 인수하려는 소프트뱅크와 도이체텔레콤의 시도가 성공할 경우 버라이존, AT&T와 직접 경쟁할 수 있어 시장판도가 급변할 수 있다”며 공세를 취하는 외국기업들과 수성을 원하는 미국 토종기업들간에 경쟁이 격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 안방 지키려는 토종기업들
외국기업들이 이처럼 적극성을 보이자 미국 토종기업들도 ‘수성 노력’을 본격화하고 있다.
특히 미국내 2위 통신업체 AT&T가 가장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경쟁당국의 반대로 T-모바일 인수가 무산됐던 AT&T는 LTE로 옮겨가고 있는 시장에서도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주파수를 사들이고 있다.
이를 위해 AT&T는 우선 T-모바일과 LTE 서비스를 위한 무선통신 주파수 교환에 합의하고 최근 당국에 승인을 요청했다. 콕스 커뮤니케이션스와 센추리텔, 컴캐스트 등과도 광대역 주파수 라이센스를 무더기로 취득하기로 합의했다. 게다가 최근에는 소형 이통사 넥스트웨이브 와이어리스를 아예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3위 업체 스프린트는 소프트뱅크와 무관하게 도매 4G 이동통신사업자 클리어와이어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LTE 네트워크 투자 부담을 한번에 해결하겠다는 복안이다. 특히 이렇게 덩치를 키워놓으면 향후 인수합병에서도 몸값을 키울 수 있다.
이에 비해 선두 사업자 버라이존은 독자적인 투자를 통해 4G 네트워크를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현재 수 십억달러를 투자해 4G 서비스를 제공하는 미국내 도시를 빠르게 확대하고 있는데 연말까지 417곳으로 늘릴 계획이다. 이는 각각 76개와 15개 도시에 불과한 AT&T, 스프린트를 압도하는 규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