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기획 99%를 위하여]공공임대주택 '서민안식'되려면

공공임대비율 서유럽 4분의 1 수준
물량 늘리고 노후화는 리모델링로
  • 등록 2012-03-13 오전 7:00:00

    수정 2012-03-13 오전 7:00:00

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3월 13일자 20면에 게재됐습니다.
[이데일리 이진우 기자] 내집마련이 서민들의 꿈이라고 하기엔 현실은 너무 팍팍하다. 내집마련은 포기한 지 오래다. 남의 집이라고 내쫒길 걱정 없이 안심하고 지낼 수만 있다면 좋겠다는 게 진짜 서민들의 마음이다.

천정부지로 오르는 전세값 때문에 살던 지역에서 계속 살기 어려워지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럴 때 정부는 뭘 하고 있느냐'는 목소리에 대해 정부가 내놓는 답은 바로 공공임대주택이다. 1989년 노태우 정부에서부터 시작한 공공임대주택의 역사도 벌써 사반세기에 이른다.

요즘 공공임대주택은 어떻게 공급되고 있는지 개선할 점은 무엇인지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임대주택 어떤 종류가 있나  
▲ 2010년말 기준 우리나라의 임대주택은 140만채 가량이다. 이 가운데 영구임대와 50년 임대는 합쳐서 약 20% 정도다.


공공임대주택 가운데 입주자들 입장에서 가장 비용이 저렴한 것은 영구임대주택이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의한 생활보호자들과 모자가정 국가유공자 등이 대상이다. 그러나 면적은 40㎡ 이하로 임대주택들 가운데 가장 좁다.

임대료는 최근 서울지역에서 나온 임대주택의 경우 보증금이 148만원에서 1242만원 사이이고 월 임대료는 3만4900원에서 13만4860원 사이다.

50년 동안 임대하는 공공임대주택도 임차인에게는 사실상 영구임대주택과 크게 다르지 않다. 면적은 60㎡ 이하로 공급된다.

영구임대주택과 공공임대주택은 가난한 사람에게 우선적으로 나눠주며 재원은 국가의 재정에서 부담한다.

국민임대주택은 30년동안 임대하는 주택으로 사실상 영구임대주택의 효과가 있을만큼 임대기간은 길다. 국가 재정이 30% 투입되고 국민주택기금 융자 40%, 그리고 임대주택을 짓는 시행사에서 임차인들에게 보증금 등을 받아 나머지를 충당한다.

이 국민임대주택은 면적에 따라 입주자 기준이 각각 다르다. 전용면적 50㎡ 미만의 국민임대주택에는 전년도 도시근로자 가구당 소득의 70%에 미달하는 사람들 중에 소득이 낮은 사람들에게 공급한다. 전용면적 60㎡ 이상의 임대주택 역시 월 소득이 전년도 도시근로자가구당 월평균 소득보다는 적어야 한다.
▲ 국민임대주택에 입주하기 위해서는 가구의 소득이 전년도 도시근로자가구 소득보다는 적어야 한다. 표는 2010년 도시근로자 가구당 소득을 기준으로 분류한 공공임대주택 입주기준이다. 자료 : LH공사


20년간 빌려주는 장기전세주택 역시 85㎡ 이하의 국민주택 크기로 입주자 선정은 국민임대주택과 동일한 기준이 적용된다.

이보다 크기가 큰 임대주택은 LH공사와 지방자치단체, 민간업체 등이 공급하는 5년/10년짜리 공공임대주택이다. 이 임대주택은 국민주택 기금에서 한 채당 5500만원~7500만원씩 싼 이자로 지원해준다. 면적은 149㎡ 이하로 좀 큰 편이다.

이 임대주택은 임대기간이 끝난 후 살던 사람이 분양을 받을 수도 있는 방식이다.

◇ 임대주택 문제점은 없나

공공임대주택의 가장 큰 문제점은 역시 원하는 사람에게 충분하게 돌아갈 만큼 물량이 넉넉하지 않다는 점이다.

2009년 기준 우리나라 주택수는 약 1700만호이고, 공공임대주택과 임대사업자들의 임대주택은 약 130만호 정도다. 이런 공식적인 임대주택은 전체 주택의 약 10%에도 못 미친다. 자가점유율이 약 60%인 것을 감안하면 약 30%는 일반주택의 전월세 임대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전체 가구의 30%는 항상 주기적으로 나타나는 전세난으로 불안한 주거생활에 시달려야 한다는 의미다.

외국의 경우, 서유럽 국가 대부분의 공공임대주택 비율은 전체 주택의 약 20% 수준이다. 우리나라의 공공임대주택은 85만호, 전체 주택재고의 약 5%에 불과하다. 이다. 일본의 경우는 공공임대주택 비중은 우리와 비슷하게 약 7% 정도 수준이지만 민간의 기업형 임대주택사업이 활발하게 이루어져 매년 신규주택의 약 40%가 임대주택으로 공급되고 있다.

공공임대주택의 문제점은 물량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 외에도 임대주택이다보니 관리가 잘 되지 않아 슬럼화되는 문제, 임대기간이 끝난 이후에 집을 나가야 하는 임차인이 거주 대안을 찾기 어렵다는 문제 등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공공임대주택에서 나가면 답이 없다는 문제는 임대주택 거주자들의 자활을 막기도 한다. 직장이 생겨도 취업을 포기하고 임대주택에 사는 것이 낫다는 판단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주택정책 전문가는 "임대주택에 서민들을 넣어놓고 방치할 것이 아니라 재활 프로그램을 같이 돌려야 한다"면서 "임대주택에서 벗어나는 것을 도와주는 게 임대주택 정책의 최종적 목표"라고 강조했다.

공공 임대주택의 노후와 문제도 늘 제기되는 문제점 중에 하나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은 지 20년이 넘는 공공임대주택은 오는 2016년이면 3만8000채, 2021년에는 7만8000채로 늘어날 전망이다. 2010년 현재 서울시의 공공임대주택이 16만5000채인 것을 감안하면 임대주택의 노후화 문제가 결코 지나칠 문제가 아니라는 증거다.

공공임대주택의 크기가 일률적이다보니 혼자 사는 가구의 경우 면적이 불필요하게 크고 4인 이상 가구는 법으로 정해진 최저주거기준에도 미달하게 되는 상반된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예를 들어 부부와 6세 이상의 자녀가 1명 있을 경우, 2개의 침실에 부엌 겸 식사용 공간이 구비돼 있어야 하고, 적절한 방음과 환기, 채광, 난방설비 등을 갖춰야 한다고 주택법이 규정하고 있지만 공공임대주택은 이런 조건을 제공하지 못한다. 

◇ 임대주택 리모델링은 어떨까 실제로 정부가 2005년 영구임대주택 주거실태조사를 한 결과에 따르면 입주자들의 25%가 주거면적의 부족을 불편한 점으로 꼽았고 방음 문제를 호소한 경우도 19.4%, 난방과 단열의 미비를 지적한 의견도 10%나 됐다.

영구임대주택이 처음부터 장애인이나 노인들을 위해 설계한 것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장애인이나 노인들의 거주 비율이 높은 것도 여러가지 문제를 낳고 있다. 서울시의 영구임대주택 가운데 고령층 거주비율은 50%, 장애인 거주비율은 18%나 되지만 좁은 복도와 불편한 입구 등 거주자들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상황이다.

공공 임대주택의 큰 문제점 가운데 하나는 도심에서 가까운 곳에 임대주택을 지을만한 땅이 더 이상 없다는 점이다. 그래서 선택한 차선책이 민간 건설업체들이 아파트를 지을 때 일정 부분 임대주택을 짓도록 의무화하는 것인데 이 역시 한계가 있는 방식이라는 것.

전문가들은 기존 임대주택의 리모델링이 이런 고민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 이성창 연구위원은 "공공임대주택이 20년전에 지은 것이다보니 서울시내 요지 역세권에 자리잡은 경우가 꽤 있다"면서 "새로운 용지를 찾기 어려운 만큼 이 공공임대주택들을 리모델링 하는 것도 아이디어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위원은 "재원은 어차피 주택기금을 활용해야겠지만 다른 지역에 임대주택을 짓는 것보다 보다 좋은 위치에 양질의 임대주택을 짓는 것을 감안하면 기존 임대주택의 리모델링을 고려해볼만 하다"고 말했다.

◇ 임대주택이냐 주택 바우처 제도냐 논란 분분   공공임대주택의 문제점 중에 첫 손에 꼽히는 것은 비용이 많이 든다는 것이다. 집을 지어서 줘야 하니 땅값에 건축비가 통째로 들어간다. 유지·관리하는 데 만만치 않은 비용이 든다. 내 집이 아니니 주택을 잘 관리할 인센티브가 없다. 공공임대주택을 제공한 공공기관 역시 주인 없는 공기업이어서 제대로 관리를 해 수명을 늘릴 이유가 적다.   공공임대주택에 산다는 것이 사회적 낙인으로 작용하는 것도 문제다. 공공임대주택이 여기저기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직장이 바뀌더라도 이사가기 어렵다.   공공임대주택에 입주한 가구만 정부지원의 혜택을 받는다는 점도 문제다. 어려운 사람들 중에 일부만 공공임대주택에 입주하게 되는데 거기서 탈락하면 정부로부터 주거 지원을 받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주택 바우처 제도다.   주택 바우처 제도는 자기소득의 일정 수준을 넘는 임대료에 대해서는 그 차액을 정부가 바우처(교환권)로 보조해 주는 것을 말한다. 대개 소득의 30% 이상이 주택 임대료로 나가게 되면 정상적인 소비활동이 어렵다고 판단되기 때문에 소득이 임대료의 3배 미만인 계층이 이 대상이 된다.   여기저기 나와있는 임대주택 중에 자기가 살 주택을 정하고 정부는 임대료 일부를 보조해주는 방식이어서 필요한 경우 이사도 다닐 수 있고 임대주택에 산다는 낙인 효과도 적다.   문제는 이 주택바우처 제도가 단기적으로 임대료를 상승시키는 부작용이 있다는 것. 바우처를 이용해 더 좋은 집으로 이사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임대료가 오른다는 게 문제다. 결국 임대인만 좋은 일 시킨다는 비난도 우려되고 임대인과 임차인이 담합해서 임대료를 높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일부 임차인들에 대한 선별적인 지원이기 때문에 시장 가격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라는 반론도 내놓고 있다. LH연구원 진미윤 박사는 "여러가지 우려할 대목이 있긴 하지만 그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일단 소규모라도 시범사업을 해볼 필요가 있다"면서 주택바우처 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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