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파업 이유 알고보니...원장들 밥그릇 싸움

어린이, 학부모들 이익단체에 철처히 이용당한 꼴
  • 등록 2012-02-28 오전 6:00:00

    수정 2012-02-28 오전 6:00:00

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2월 28일자 8면에 게재됐습니다.
[이데일리 정유진 기자] 경기 수원의 직장인 김수미(여·36·가명)씨는 모처럼 쉬는 주말내내 마음이 불편했다. 전국 민간 어린이집이 27일부터 일주일동안 파업을 예고해 5살 딸아이를 어디에 맡겨야 할 지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파업 예고 첫날인 27일은 다행히 어린이집에서 정상 운영을 한다고 알려와 딸을 어린이집에 보냈지만 29일 민간 어린이집 전체가 파업한다는 소식을 듣자 다시 가슴이 답답해졌다. 3·1절과 주말로 이어지는 황금 연휴를 위해 이미 징검다리 휴가를 낸 상황이라 29일 휴가를 낼 수도 없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 민간분과위원회가 27일부터 1주일간 파업을 예고하면서 어린이집 대란을 예고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파업 첫날인 27일은 수도권 어린이집 중 82%가 평상시와 동일하게 운영되는 등 큰 불편은 없는 상황이다.

다만 위원회가 29일 전체 파업을 예고하고 나서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는 학부모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문제는 이번 파업이 어린이집 원장들의 이권 다툼 탓에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낸 학부모와 아이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위원회는 이번 파업의 이유로 보육교사 처우 개선, 보육료 지원금 인상, 과도한 규제 완화 등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실상을 보면 27일 진행된 위원장 선거와 관련이 있다.

위원회는 27일 위원장 등 새집행부를 꾸리는 선거를 앞두고 어린이집 휴업을 예고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이번 선거에서 기존 집행부가 승리하기 위해 ‘파업’이라는 강경책을 들고 나왔다”고 말했다.

실제 27일 선거에서는 박천영 위원장의 연임이 결정됐다. 위원회 관계자는 “기존 집행부인 박천영 위원장이 파업 카드를 이용해 정부와 각을 세우는 강성 이미지로 선거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한 것으로 본다”고 언급했다.

위원회는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 5개 분과위(민간·법인·가정·직장·국공립) 중 하나다. 민간 어린이집 원장 1만5000여명이 회원으로 등록돼 있는 대규모의 이권 조직이다. 각 지역 사회에서 지방자치단체장과 상당한 친분을 과시하면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복지부는 파악하고 있다.

위원회가 내세우는 파업의 이유는 자체로 관찰된다. 어린이집 원장들은 보육교사 월급 담합을 하는 등 보육교사의 처우 개선에 소극적인 것으로 그동안 알려졌다. 하지만 이번 파업에서는 보육교사 처우 개선을 위해 보육료 개선이 시급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어린이집 원장들이 한목소리로 규제 완화를 요구하는 것도 실상을 들여다보면 특별활동비 징수·사용 내용 공개를 의무화하지 말라는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강남구의 어린이집은 발레, 웅변 등을 위한 특별활동비 명목으로 한달에 어린이 한 명당 평균 23만원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육료보다 많은 액수다. 서울 지역에서 가장 적은 특별활동비를 받는 곳이 서대문구로 8만원 선이다.

복지부는 이와 관련, 오는 3월1일부터 특별활동비 과목별 내역과 금액을 학부모에게 공개하고 동의서를 받을 것을 의무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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